바람소리/작은이야기

물길 삼십리

강 바람 2008. 5. 13. 17:39

구불구불 물길 삼십리

소년과 노인은 노 저어 간다.

모자에 핼멧까지 쓰고

동강 한 마디를  

둥실 두둥실 물 따라 흘러간다.

 

 

네가 앞에 앉았으니 내길을 인도 하려느냐

내가 뒤에 있으니 네 길을 알려 주랴

믿지 마라

예순 몇 해를 살아도

내 길은 여전히 갈지(之)자니라.

 

 

보이느니 절경인데

갈길 어림하기에도 바빴으니

허둥대는 우리 꼴 참 우습다만

그래도 우리

바로 가고자 애씀만도 가상치 않더냐

 

 

때로

맞바람에 밀리기도 하고

암초 만나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거센 여울에 간 조리기도 했지만

 

그 고비 뒤엔

평온의 시간도 있었으니

그렇듯 세상은

무작정 내몰지만은 않는가보더구나

 

 

늦다고 서둘지 말자

왼팔 저을 때를 알고

오른팔 힘줄 때를 알고

더러는 뒤로 저어야 함도 알았으니

다음 만날 삼십리는

조금 더 여유로울 테지

그렇게 우리

천리를 가고 만리를 가자꾸나

 

 

물길 삼십리

그렇게 노 저어 간다.

 

-08.05.13 강바람-

 

*  반의반쪽님 및 다른 일행의 사진을 빌렸습니다.

소년은 반의반쪽님의 둘째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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