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물길 삼십리
소년과 노인은 노 저어 간다.
모자에 핼멧까지 쓰고
동강 한 마디를
둥실 두둥실 물 따라 흘러간다.
네가 앞에 앉았으니 내길을 인도 하려느냐
내가 뒤에 있으니 네 길을 알려 주랴
믿지 마라
예순 몇 해를 살아도
내 길은 여전히 갈지(之)자니라.
보이느니 절경인데
갈길 어림하기에도 바빴으니
허둥대는 우리 꼴 참 우습다만
그래도 우리
바로 가고자 애씀만도 가상치 않더냐
때로
맞바람에 밀리기도 하고
암초 만나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거센 여울에 간 조리기도 했지만
그 고비 뒤엔
평온의 시간도 있었으니
그렇듯 세상은
무작정 내몰지만은 않는가보더구나
늦다고 서둘지 말자
왼팔 저을 때를 알고
오른팔 힘줄 때를 알고
더러는 뒤로 저어야 함도 알았으니
다음 만날 삼십리는
조금 더 여유로울 테지
그렇게 우리
천리를 가고 만리를 가자꾸나
물길 삼십리
그렇게 노 저어 간다.
-08.05.13 강바람-
* 반의반쪽님 및 다른 일행의 사진을 빌렸습니다.
소년은 반의반쪽님의 둘째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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