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07. 4. 23. 22:32

어제,

가는 봄이 아쉬워 나들이 나섯습니다.

어느새 연둣빛으로 물든 초목에 눈의 피로를 덜며

져버린 어제의 꽃,

새로 핀 오늘의 꽃들을 만나 

찌들고 허한 가슴 한 귀퉁이를 채우고

땀띠난 머리도 식히고 왔습니다.

 

자갈을 비집고 앙증맞게 핀 녀석.

하찮다면 참 하찮은 꽃이지만

이 녀석도 누군가 눈여겨 봐 주는 이 있어

꽃 피울 힘을 얻지 않았을까...

 

누가 묻더군요.

우리 카페의 내력을 알 수 없다고요.

몇번 와도 잘 모르겠고

어떤분들이 어떤동기로 모이게 되었는지 궁금하시답니다.

그 글을 읽고 생각해 봐도

저 역시 딱히 꼬집어 답해 드릴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 카페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 걸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이 카페를 맴돌고 있을까...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특별히 내 세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눈여겨 봐 주는 이들,

삶의 이야기를 기다려 주고

하찮은 나무 토막일지라도

웃고 공감하는 눈빛들이 있므로해서

자잘한 이야기들도 주절거릴 수 있음이니

그런 이유로 들꽃을 닮은 카페란 생각을 했습니다.

 

관심으로 지켜봐 주고

꽃 지면 다음 꽃이 피고

그 꽃마저 지면 또 다른 꽃이 대신 채워주며

 

더러 허전하다 싶으면 내 꽃도 구경도 시키고

그 작은 꽃 한송이로 정담을 나눌 수 있다면

카페는 절로 지켜지고 커 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카페도 많고 길도 많습니다.

목적에 따라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갈 수 있겠지요.

 

우리는 그냥

생나무도 좋고, 죽은 나무는 더 좋고 

 

붉든, 희든 그냥 그대로의 모습이 좋고

 

편안하게 만나

장터 국밥 한 그릇으로도 행복할

그런 사람들을 만나려고 모였습니다.

 

그렇게 편한 모습들이길 바랄 뿐입니다.

 

처음 모습은 번듯했을 이 폐가도

분명 사람이 살았을 테지만 지금은 흉물로 변해버렸고

 

산은, 관광도로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파헤쳐 지고 

울창하던 숲은 도로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오르는 수고를 덜고 단숨에 정상 아래까지 갔습니다.

몇 년 후면 나도 이산의 아픔을 잊을 테고

그때 처음 이곳을 지나는 이들은

원래 그렇게 도로가 있었나보다 할테지요.

집도 산도 그렇게 또 잊혀지겠지요.   

  

그곳에서 많은 꽃을 봤습니다.

처음보는 연보라색의 제비꽃

  

사진에서만 봤던 노란색의 제비꽃

 

인가 텃밭에서 본 흰색의 제비꽃.

 

자주 봐 왔던 보라색의 제비꽃까지.

같은 제비꽃도 이렇듯 색 다르고 모양 틀리지만

그렇게 다름으로해서 더욱 소중하고

 

다르고

 

다르고

 

 

 또 다른  

 

 

화려하진 않더라도

볼수록 정감가는 꽃.

 

 꽃들...

 

그 중에서도 젤 이쁜 사람 꽃까지

다름으로해서 더욱 아름다운 어울림을

이곳 "통나무 사랑과 공예"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감히, 얻으려 모인 게 아니라

나누기 위해 모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자라기에 채울 것도 많은 곳,

그래서 저는 이곳을 사랑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_^

  

-07.04.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