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진이...ㅜ
[하나]
외출했다가 들어오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맞을 일이 쪼매 거시기했지만 기다리던 비라 반갑기도 했다.
길에 나서니 굵지는 않지만 빗방울이 잦다.
부지런히 걸어서 버스 정류장 까지 갔는데 타야할 버스가 막 출발한다.
비는 오고, 우산은 없고, 길가에 비맞고 서 있자니 거시기하다.
A~C! 쪼매만 빨리 걸었으면 타는 긴데...투덜투덜
때마침 뒤따라 오는 52번 버스,
지나간 버스 기다릴 게 뭐더냐, 이거 타고 가다가 환승하면 되지 싶어
성큼 올라 타고 카드를 꺼내는 동안 버스는 문을 닫고 움직이고 있는데
카드를 단말기에 대니 " 잔액이 부족합니다." 한다.
어짜노, 뒤적이니 천원짜리가 있다.
다행이지만 아깝다.
카드로 결재하면 갈아타도 요금은 더 내지 않는데
현금으로 탓으니 천원 또 손해보게 생겼다.
용케 자리가 생겨서 느긋하게 앉아 오다가
갈아탈 지점에 가까워서야 새로운 사실을 알았으니
다름 아닌 잔돈이 없다는 거다.
햐~ 정말 난감하다.
우엣기나, 길이 갈라지는 지점까지 와서 일단 내렸다.
엄따. 가게도 엄꼬, 우산도 엄꼬...ㅠㅠ
걸었다. 아니 반쯤 뛰었다.
육교를 건너고, 큰길을 돌아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그곳엔 오래된 벚나무들이 많아서 비 피하기가 쉬울거라 생각해서이다.
그런데 아니다.
내리는 비는 가늘었지만 나무를 타고 떨어지는 빗물은 굵었다.
옷에 떨어지는 소리가 투둑투둑...모였다가 내리니 굵을 수밖에...ㅠㅠ
더 바삐 걸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고 파출소를 지나고 큰길따라 가면서
머리가 젖어 옴을 느끼고는 작은 가방을 머리에 얹었다.
비 맞는게 겁나는 게 아니라 비에 젖은 후줄근한 모습이 싫어서이다.
집에 도착하니 땀인지 빗물인지...
오늘은 그렇게 저녁 운동을 미리 했다...ㅜㅜ
[둘]
저녁을 묵고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를 끌고 나왔다.
요즘은 게을러서인지 세차 안 한지 제법 되었기에
이참에 밖에 내 놓으면 비가 세차해 줄거라는 얄팍한 생각에서였다.
차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다.
듣는 것만으로도 세차가 다 된 듯한 느낌이다.
집으로 들어와서 컴 좀 딜다 보다가 밖을 내다보니
덴당, 우산 쓴 사람이 하나도 없다.
비가 그쳤단 이바구다.
쪼매 더 와야 하는디...
괜히 얼룩만 만들고 말았지 싶다...ㅜㅜ
[셋]
츄리닝으로 갈아 입었다.
색깔이 어중간해서(연두색? 물빠진 초록색?)
일년만에, 그것도 집안에서만 입는 건데
금년들어 한 5키로 정도 감량이 되다 보니
고무줄이 느슨한 게 곧 흘러 내릴 것 같다.
끈을 잡아 당겨서 단단해 맸다.
고무줄과 끈이 같이 있는 츄리닝이 흔하지 않은데
이럴 땐 제법 요긴하게 쓰인다.
통방에 들어오니
오랜만에 폼생님도 오고 한줄메모에 새로운 글도 보이고
세상사는 이야기방에 새 글도 보이고
어제 올린 솟대에 댓글들도 늘었고...
여기저기에 댓글을 달았다.
어떤 땐 탁 막혀서 도통 쓸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는데
필을 받았는지 타타타타~~잘 써진다.
한참 쓰고 있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다.
쪼매만, 이 줄만 쓰고 가야지...
그렇게 쪼매만, 쪼매만 하다가 갔는데
허걱! 허리춤의 끈이 안 풀린다...
싸는 줄 알았다...ㅜㅜ
[넷]
다시 컴에 앉아서 마저 쓰려는데 눈이 자꾸 껌벅여 진다.
와 이라노??
거울을 봤더니 오른쪽 눈꺼풀 가운데가 발갛게 상기돼 있다.
아무래도 수상하다.
아내에게 보이면서 어떻노? 했더니
다래끼 같은데? 한다.
다래끼?! 몇년만에 들어보는 단어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잊고 살던 다래끼라는 단어가 또 난감하게 만든다.
지금도 자꾸 껌벅여 진다.
낼 아침 퉁퉁 부어오를 건 아닌지.
A~C !
오늘 일진 영 거시기 하넹...ㅜㅜ
지는 이렇게 일진이 거시기한 날이지만
님들은 좋은 밤 되이소...^_^
-07.06.1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