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솟대와 쌍둥이

강 바람 2007. 8. 19. 23:55

손녀가 벌써 다섯살이라 둘째를 많이 기다려 왔습니다.

시댁에선 물론이고, 친정부모로서도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지난 7월 초순에 다니러 왔기에

온 김에 솟대를 하나 만들어 보냈습니다.

식구가 셋이라서 위에 큰넘으로 한쌍을 올리고

아래에 작은 녀석을 덧붙여 놓고 보니

이참에 아예 외할배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요.

그래서 작은 녀석을 한마리 더 붙이고는

모두 네마리를 얹어설랑 들려 보냈습니다.

손녀에게  

"젤 아래 작은 건 연우 동생이데이~~" 하며...

그랬는데 얼마 후 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아빠가 만들어 준 새들 덕분에

우리집에도 식구가 하나 늘 것 같아용~~~고마워용(^^)ㅋㅋ"

참 반가운 소식에 금방이라도 아이를 본 듯이 기분이 좋더군요.

그랬는데

다시 2주쯤 지난 어느날

"아빠~! 병원에 갔더니 쌍둥이래요"

머~~~~~엉 했더랬습니다.

솟대 만들때 품은 할배의 염원이

삼신할매한테 곱배기로 통했던가 봅니다. ㅎㅎ

 

첫아이 낳았을 때,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하고,

아버지 때문에 갇혀 산 세월이 미안해서라도

네 엄마, 해방 좀 시켜야 된다는 명분으로  

애 좀 봐 달라는 딸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했었는데

이쯤 되고 보니 저도 어쩔 수 없더군요.

벌써 몸이 무겁고 힘들다기에 어제 친정으로 불렀습니다.

할배야 좋은데 할매는 당분간 꼼짝 못할 듯 하니 

이제 우리집 할매 클났습니다.

이 참에

다섯마리 한 가족으로  다시 만들어 줘야겠네요.

이번에는

점지해 주신 귀한 생명 순산할 수 있게 해주십사 빌면서...

 

아직도 더운 밤입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시원한 밤들 되이소...^_^

 

-07.08.1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