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연우가 슬픈 사연

강 바람 2007. 8. 30. 22:08

 

"연우,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둘 다..."

"하라버지가 좋아? 할머니가 좋아?"

"둘 다..."

여기까진 미리 준비된 답이었다.

그간 심심찮게 들었을 뻔한 질문이고

아마

대답의 결과가 어찌 되는지도 체험했으리라.

아는 문제가 나왔을때의 당당함으로

거침없이 답을 내고는 으쓱한다.

 

 

이번엔

"아니, 둘 중에 누가 더 좋아?"라고 되물으니

말이 없다.

모르는 문제를 받아든 아이처럼 곰곰이 생각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의외의 답을 냈는데

"..........슬프다"였다.

식구들은 와르르~ 웃는데

녀석은 여전히 멀뚱히 서있다.

그 표정에서 또 한 번 웃고...

 

 

그냥 떠오른 낱말일까?

어디서 들은 말일까?

어쩌면 그 의미는

난처하다 인지도 모르고

답답하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지만

짧은 순간에 녀석의 궁리가 어떠했을까?

무엇을 확인하려함도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 하나로

아이의 마음을 슬프게 하고 있으니...

 

 

"둘 다"라는 영악한 답을 가르쳐 주고

"둘 중에 하나"라는 선택을 강요하며 

그로해서 꼬맹이를 슬프게 하는 나는

연우 보다 더 유치한 할배인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저도 유아반에 특별전형으로 입학 좀 시켜주이소...^_^

 

-07.10.12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