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길 없는 길을 헤매며...

강 바람 2007. 11. 11. 20:13

 

가을이 한창인

햇살 부신 오후에 앞산을 찾았습니다.

혹, 쪽동백 비슷한 넘이라도 만날까 싶어서

지난 주에 이어 오늘 또 찾았네요.

과일 몇개 넣고 혼자 터덜터덜 올라서

미끄러지고 자빠지며 인적 드문 샛길에 들어

쪽동백 비슷한 넘은 봤는데 쪽동백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마른 계곡에 앉아

과일 한입 베어물고 둘러보니

참 힘들게도 살았구나 싶더군요.

많고 많은 땅덩어리에서 하필이면 돌을 껴안고 섰으니

깊이 박지 못한 뿌리로 녀석의 삶이 위태로웠을 텐데

용케 잘 버텨냈네요.

하긴, 녀석도 그곳에 서고 싶어 섰겠습니까.

팔자려니...

  

길 없는 숲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찾는데

쪽동백인가, 떼죽나문가?

암튼 비슷하기에 가지 몇개 잘라서 다듬어 봤습니다.

몰두 하고 앉아 있으니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가는지 

얼핏 정신차리고 보니 벌써 네시가 가까웠기에

서둘러 숲을 나섰습니다.

 

정신 못차린 녀석이 여기도 있네요.

길 없는 길을 헤집고 오르느라 손발이 후들후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드뎌 길을 만났습니다.

길, 그리고 사람의 흔적...얼마나 반갑던지...

넘어가기 직전의 햇살이

유독 이곳에만 내려 앉았습니다.

어둑해지는 계곡에서 유난히 밝은 햇살

그 역시 얼마나 반갑든지...

한줌 햇살에 속살까지 다 내놓은 억새의 눈부심도

  

 그 한켠 그늘에서 혼자 흔들리고 있는 코스모스도

 

그리고 이녀석...

이름이...이름이...

암튼 이녀석도 속살을 다 내놓고 해바라기 하고 있는데

보고 있자니 불현 듯,

알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게 묻어나는...

에구~~ 할배가 이 무신...

 

햇살이 좋은 그곳을

쉬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다시 숲으로 들었다 나왔다를 반복하다가

 

소나무 사이로

때마침 넘어가려는 해를 봤네요.

그곳이 산 속이라는 것도 잊은 채

붉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과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해를 정신 없이 보고 있었습니다.

사방이 어둑해짐을 느끼고 일어섰는데

♪♭♬♩♬~~~

해지도록 소식 없는 영감이 걱정이었는지

마눌님의 전화가 오데요.

"어딘교?"

"내려간다."

"퍼떡오이소..."

"가고있다..."

 

아직도 곱게 물든 가을색이

다음주까지 버텨주길 바라면서

길 없는 길을 헤매다가

어둠 한짐 짊어지고 돌아왔네요.

오늘 헤맨 길이 내게는 미로였지만

내일 다시 그곳에 간다면 그때는 아는 길이 되겠지요?

 

좋은 밤들 되이소...^_^

 

-07.11.1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