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길을 헤매며...
가을이 한창인
햇살 부신 오후에 앞산을 찾았습니다.
혹, 쪽동백 비슷한 넘이라도 만날까 싶어서
지난 주에 이어 오늘 또 찾았네요.
과일 몇개 넣고 혼자 터덜터덜 올라서
미끄러지고 자빠지며 인적 드문 샛길에 들어
쪽동백 비슷한 넘은 봤는데 쪽동백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마른 계곡에 앉아
과일 한입 베어물고 둘러보니
참 힘들게도 살았구나 싶더군요.
많고 많은 땅덩어리에서 하필이면 돌을 껴안고 섰으니
깊이 박지 못한 뿌리로 녀석의 삶이 위태로웠을 텐데
용케 잘 버텨냈네요.
하긴, 녀석도 그곳에 서고 싶어 섰겠습니까.
팔자려니...
길 없는 숲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찾는데
쪽동백인가, 떼죽나문가?
암튼 비슷하기에 가지 몇개 잘라서 다듬어 봤습니다.
몰두 하고 앉아 있으니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가는지
얼핏 정신차리고 보니 벌써 네시가 가까웠기에
서둘러 숲을 나섰습니다.
정신 못차린 녀석이 여기도 있네요.
길 없는 길을 헤집고 오르느라 손발이 후들후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드뎌 길을 만났습니다.
길, 그리고 사람의 흔적...얼마나 반갑던지...
넘어가기 직전의 햇살이
유독 이곳에만 내려 앉았습니다.
어둑해지는 계곡에서 유난히 밝은 햇살
그 역시 얼마나 반갑든지...
한줌 햇살에 속살까지 다 내놓은 억새의 눈부심도
그 한켠 그늘에서 혼자 흔들리고 있는 코스모스도
그리고 이녀석...
이름이...이름이...
암튼 이녀석도 속살을 다 내놓고 해바라기 하고 있는데
보고 있자니 불현 듯,
알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게 묻어나는...
에구~~ 할배가 이 무신...
햇살이 좋은 그곳을
쉬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다시 숲으로 들었다 나왔다를 반복하다가
소나무 사이로
때마침 넘어가려는 해를 봤네요.
그곳이 산 속이라는 것도 잊은 채
붉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과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해를 정신 없이 보고 있었습니다.
사방이 어둑해짐을 느끼고 일어섰는데
♪♭♬♩♬~~~
해지도록 소식 없는 영감이 걱정이었는지
마눌님의 전화가 오데요.
"어딘교?"
"내려간다."
"퍼떡오이소..."
"가고있다..."
아직도 곱게 물든 가을색이
다음주까지 버텨주길 바라면서
길 없는 길을 헤매다가
어둠 한짐 짊어지고 돌아왔네요.
오늘 헤맨 길이 내게는 미로였지만
내일 다시 그곳에 간다면 그때는 아는 길이 되겠지요?
좋은 밤들 되이소...^_^
-07.11.1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