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정승골 번개 강 바람 2007. 11. 19. 10:24 가을....이라기엔 좀 늦은 듯한 날 고야님 전차에 탑승해서 곧고 빠른 길을 제쳐 두고 산넘고 물건너서 정승골로 향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울긋불긋한 산과 시리도록 푸른 물이 한폭의 그림과 같아서 속도를 줄이고 한컷했습니다만, 내게는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저 호수 밑이 고향인 사람은... 비포장길을 살살 기어 도착한 그곳. 햇살에 한가로이 졸고 있는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미쳐 따지 못한 감나무의 까치밥과 뒷산에서 한들거리는 억새와 잎 떨어진 나무와 시들어 가는 계곡의 단풍... 자연은 시절의 순환에 맞춰 그들의 법칙에 따라 벗을 건 벗고, 버릴 건 버리고 가는데 내눈은 어느새 집 뒤의 대나무 숲에 고정되어 차시와 대나무 포크를 떠올리고 있으니... 떠날 차비에 바쁜 단풍 그 곁에는 제 살던 곳을 사람들에게 내주고 한켠에 누워 있는 나무들의 아쉬운 여운이 갈바람에 떨고있습니다. 바람되어님과 일벌님이 도착하고 농부님도 도착하고 뒤 이어 반의반쪽님도 도착해서 바람되어표 파전을 준비하는 사이에 고야님과 재료 구하러 나섰습니다. 닭장으로 쓰는 오래된 집 그 뒤에 대나무도 있고 어름덩굴도 있고 그 한발자국 옆에 떼죽나무도 있었으니 이번 번개의 장소로서는 안성맞춤인갑네요. 일단 재료는 준비 되었고 먹을거리도 있으니 그들이 오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사람 기다리는 게 얼마나 지루한지 다 아시지요? 지루할 땐 뭐니뭐니해도 먹는일이 젤이라는 것도 아시지요? 그래서 바람되어님이 준비해 온 해물파전을 한판 더~ 한판 더~ 연신 외치며 우선 입가심 했습니다. 해놓고도 혹 맛 없으면 어쩌나 싶어 기웃거리는 바람되어님의 마음도 섞어서 아주 맛나게 해치웠습니다. 반의반쪽님의 표정... 뭔가를 골돌이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젓가락 끝의 파전을 바라보는 표정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보면서도 사색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럭저럭 멀리 여수에서 한군님,별이님 가족이 오시고 대전에서 젊은오리님도 오셔서 다시 시작합니다. 먹는 사람은 먹고 만드는 사람들은 만들고 만들다가 묵고 묵다가 만들고... 에고~ 허리야... 깊은 가을의 끝자락에 작은 웅덩이에 투영된 불빛마저 추위에 떨고 있는 밤 아직 밤길을 헤매고 있을 님 생각에 삽작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님은 아니 오고 가로등만... 드디어 기다리던 님들이 어둠을 뚫고 안착했네요. 다시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삼차까지 간겁니다. 둘러 앉은 표정들의 편안함에 묻힌 밤.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무슨 목적이 있겠습니까. 새들도 만들고 포크도 만들고 대통 술잔도 만들었지만 이것이 오늘의 목적도 아니었고 보리님이 준비해온 돔바리 무침도, 무공해 유자차도 바람되어님이 마련한 해무파전도, 김치찌게도 번개때마다 해오는 여련화님의 가래떡도 아닌 파락호님 한군님 고야님 반의반쪽님 보리님 젊은오리님 농부님 선비님 여련화님 파락호님 부인 바람되어님 별장지기님 편안함. 이렇게 편한 얼굴 한번 보는 그것 외에 내게 무슨 욕심이 있었겠습니까. 중천에 떴던 달마저 산너머 가고 하늘에 별만 총총한 야밤에 열두시에 기어이 사차를 시작했습니다. 소년과 소녀가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 엠티가 되어 그렇게 철없는 밤을 보냈습니다. 웃음보다는 찡그리기가 더 많은 세상살이 속에서 간혹, 이렇게 꾸밈없는 웃음 한바탕 날리고 마음으로부터 흘러 나오는 잔잔한 미소 한 가닥을 흘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것을 위해서 멀리서 또 가까이서 달려 오고 오지 못하면 마음으로 동참하는 님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고 그것은 비단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으로 달려 오신 더 많은 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모든 님들 더욱 건강하시기 바랍니다....^_^ -07.11.1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