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각수나라 번개

강 바람 2008. 2. 10. 17:39

"행님, 각수번개에 같이 갑시다" 

반의반쪽님 제의에

"그라지뭐..." 한마디로 끼어들었습니다.

카페회원은 아니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난 인연이 남다르고

한사람 건너면 모두가 다 아는 사이니

굳이 이카페 저카페 편가를 일도 없다 여겨오든차라

그렇게 따라 나섰네요.

실은, 겨울여행도 하고 싶었던 참이었거든요.

 

"행님, 내는 좀 늦게 갈 것 같은 데 별일 없으면 길곡님 좀 도와주이소..."

"썩을~~, 회원도 아인 내만 일찍 가라꼬?..."

하나마나한 소릴 던져 놓고

고야님캉 그렇게 창원 길곡님 댁으로 갔는데 암도 없데요.

또, 썩을~~~잠긴 문 부술 수도 음꼬...

창원으로 간 목적 중 절반 쯤은 그 뜨끈뜨끈한 아랫목 생각이 나서였는데

엄동에 오들오들 떨고 있자니....

하지만 우야는교, 모친 병원 모시고 갔다는데 머라칼 수도 음꼬...

그렇게, 오뉴월 개 떨듯 떨었습니다.

하지만, 매화나무 가지에 연초록 꽃눈이 틔는 걸 보니

분명 겨울 그 한가운데에 섰지만

날씨와는 상관없이 조금은 덜 추운듯했지요.

하늘을 배경으로 뼈만 남은 은행나무 한 컷 하다보니 

주인도 오고, 비와바람님도 오고, 손님도 오시고...

 

 

차 한잔으로 언 몸 녹히고 나니

쥔장의 특명이 떨어졌습니다.

장작은 힘 좋은 사람들이 맡고 

저는 아궁이 불피우는일 맡으라네요.

원하던 바니 싫다고 떼를 쓸 수도 없고

불씨는 댕겨 놨으니 까짓 장작만 집어 넣으면 되겠지...

 

하나 둘, 사람이 모이고

싸늘 하던 공방에도 불이 켜지고

 

번개지만 이왕 모인 거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길곡님의 제안으로 

 

반의반쪽님의 목선반 시연도 있었고

  

길곡님의 현대서각에 대한 강의와

 

 

자신이 쓴 서고로 각 시연도 좋았고

 

진지한 학생들의 자세 또한 좋고...

  

넋놓고 지켜보다가

아코~~!!...아궁이...

보직 변경을 하던지 해야지 이거 원...

본체 아궁이와 작업장 난로 사이를 들락거리다 보니...휴 한살만 젊었어도..ㅠ

그럭저럭 부엌의 조명등을 밝히 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했으니...

 

한컷 찍으려는데

좀체로 가만 있어야 우째 사진을 찍든지 말든지 할긴데

사냥감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이에나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니...

에라~~ 모리겠다.

내도 좀 묵고 보자...

 

걸쭉한 국물이 군침 흐르게 하는 "십일전대보닭백숙" 

오늘 주요리의 메뉴명입니다.

처음 들어들 보시지요?

암튼 열한가지 들어갔다고  초정님이 알려 주시는데

하수오,백출,상황,거시기,머시기,뭐,뭐...마늘, 토종닭...

지도 요것밖에 기억에 없습니다.

일급 비밀이라서 맛은 말 몬합니다.

 

남의 떡이 커보여서일까?

파락호님 뭐 묵나 싶어 지켜보는 매서운 이 눈초리의 주인공은?

 

그리고 주인장 참 미남이지요?"

동의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맛나는 거 묵게 해 줬으니 입에 바른 소리 좀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묵고 마시고 이바구하고

새벽 세시에 참 먹은 기억밖에는...

 

 

그리고 아침.

탱크 몰고가는 소리에 자는둥 마는둥...

서너시간 눈 붙이고 일어나 뒷산엘 갔습니다.

훨훨 벗은 나무들.

그 사이로 숲은 한층 깊어지고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만 빨려 들어가는 듯한 허허로움...

겨울산의 또 다른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꽉 찼을때엔 깊이를 모르다가

벗음으로해서 더 깊이 들여다 보이는 숲처럼

가식의 옷들을 벗어 버리고 저렇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속은

숨기고

위장하고

가로막은 채

남의 속만 들여다보려는 이기심만 가득하니

언제쯤이면 나도 저처럼 편하게 벗고 설 수 있을지...

내속 보여야 남의 속도 보이고

내가 엎드려야 남도 엎드림을 모르지 않음에도

아는 것과 실천은 언제나 따로따로였으니 참말로 우에야 할지...

 

다시 이틀째의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야 뭐 눈이 가물거리니 서각도 몬하겠고

불이나 살피며 밤이나 꾸버묵자.

  

어제에 이은 서각 작업은 계속되고

열심으로 설명하는 길곡님 못잖게

경청하는 회원들 역시 어제처럼 진지하고

(실은, 어제 시작해놓은 작품들이 있으니 단디 들어야

오늘 마무리할 수 있어서...일수도 있겠지만...ㅎㅎ)

  

선반도 쌩쌩 돌~리고♪ 돌리고~~♭...

 

뚝딱뚝딱 망치소리도 끊이지 않으니

 

떠들썩한 활기 속에 조금씩 드러나는 윤곽들.

"초심을 잃지 말자..." 정말 그래야 하는데...

 

고야님의 습작 서고인데 관산이리고 쓴 서고를 놓고

뭘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니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합니다.

관산이 아니라 관서인 셈이지요.

답답했겠지만, 아마도 길곡님이 더 답답햇을겁니다.

결과요?

우엣기나 완성했습니다.

누가 했느냐구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미루어 짐작하시길...

 

 

겨울속에도 가을은 존재하고

죽어야 사는 이들은 아직 죽지 못해서 답답할겁니다.

제 할일 다 못하고 엄동에 서있는 이 녀석들

저들이 떨어져 묻히는 일은 결코 죽는 게 아님에

저 넘들 묵고 어느 곳에 떨어뜨려 주는 것도 적선이다 싶은데

맛이 어떨지...ㅎ

  

중용님의 짓궂고 느닷없는 농담속에 작업은 계속되고

한가닥의 가식도 없는 그들의 웃음이 신선합니다. 

  

마침 "각수나라" 두 돌이라고

회원 한분이 케�을 사 오셨네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각수나라"....노래는 없었지만

예림님의 인사와 길곡님의 케�커팅으로

조촐하게 생일을 자축했습니다.

챙겨주신 님께 저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점심 묵고

 

하던 작업을 서둘러

어렵게, 쫓기며 마무리하여

 

그 결과물 앞에서 흘리는 흐뭇한 저 웃음들...

 

그리고 뿌듯한 표정들...

 

그럭저럭 오후 네시.

하룻밤을 먹여주고 재워 준 길곡님 농장을 뒤로하고

바쁜 일을 핑계로 먼저 나왔습니다.

하늘엔 겨울비가 소리없이 내리는데

멀리서 오신 님들 배웅도 못하고 먼저 나와서 못내 죄송했습니다.

고르지 못한 날씨에 모쪼록 잘 도착하셨기를 바라며

이틀간의 뜻깊은 시간에 끼워주신 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로서

각수나라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인사말을 대신합니다.

작년 첫 정모때에도 비회원으로 참석했고

금년 첫 번개에도 역시 비회원으로 참석했으니

많이 모자라고 많이 서툴지만 그 연을 고리삼아

아무쪼록 좋은 인연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하고 펴안한 밤들 되이소~~^_^

   

-08.01.20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