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봄비
강 바람
2008. 3. 23. 20:59
도로록 도로록 정겨운 소리
방안에 누워 지붕의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코고는 소리에 잠 설치고 상념에 뒤척이던 차에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얼마나 편했던지요.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콩볶는 소리같던 어릴적 고향집과
비닐우산에 떨어지는 상쾌한 그 소리와
책받침을 머리에 얹고 내달리던 유년시절과
굴다리 밑에 웅크리고 피하던 소낙비...
커텐이 쳐진 작은 창으로
어렴풋 여명이 느껴질때까지
코고는 소리에 빗소리를 놓치기도 하고
빗소리에 쏠려 코고는 소리를 잊기도 하며
특별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은 산을 가리고
한껏 짙어진 수목사이로 고요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빨래줄에도
빨래집게에도
나뭇가지에도
이름모를 들꽃에도
목련에도 매화에도
작은 물방울이 매달려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으니
기다리던 봄비는 그렇게
가녀린 그들의 가슴을 적셔주고 있었습니다.
-08.03.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