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08. 6. 21. 23:31

  

하라버지.

제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저도 백일 지났는 걸요.

제가 울면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시는 것 저도 알아요.

지금도 그렇잖아요?

세수 하시다가 제 울음소리에 놀라

셔츠도 못 입고 수건으로 가리고 나오셨잖아요. ㅋㅋ

이럴 때마다 전 느낀답니다.

아~ 울 하라버지가 나를 많이 걱정해 주시는 구나 하고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아픈 것도...배 고픈 것도...기저귀 젖은 것도 아니랍니다.

그냥 하라버지 품에 안기고 싶어 떼를 좀 썼습니다.

 

 

제가 자고 있을 때도

한 없이 내려다 보시는 하라버지의 반쯤 감기신 눈을 봅니다.

그 눈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전 압니다.

건강하게 자라얄 텐데...

착한 녀석이 돼야할 텐데...그러셨죠?

네,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얼마나 편한지 하라버지도 아시지요?

그렇습니다. 저 아주 편합니다.

지금 저 내려다 보시는 하라버지 미소가 편하신 만큼

저도 그렇게 편합니다.

하라버지께서 무엇을 느끼시는 저도 알거든요.

 

 

제 짜증 다 받아 주시느라 많이 힘드시지요?

저도 이제 백일 지났는지라 죄송함을 압니다만

제가 나쁜 녀석이라서 그런 게 아니구요.

아직 어려서 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그나마 웃는 법을 깨우쳤기에 다행이라 여깁니다.

짧은 그 웃음 한방에

힘든신 것 다 잊으시고 활짝 웃으시는 하라버지...

제 웃는 모습이 그렇게도 좋으세요?

이것 보세요.

지금 또 웃고 계시잖아요.

 

 

이제 됐습니다.

하라버지 힘드시니 저 보행기 타고 놀게요.

나중에 힘들면 또 울겁니다.

그때 다시 안아 주시고 좀 쉬세요.

 

 

 

어때요?

제 모습 아주 으젓하지요?

그러니 염려 마세요.

하라버지 말씀대로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라겠습니다.

사랑해요. 하라버지...^_^

 

-08.06.21 이돌이(강바람 대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