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비밀 강 바람 2008. 7. 12. 20:54 원체 입이 짧은 녀석인지라 '한숟가락만 더 한숟가락만 더'라는 말이 매 끼니 때마다 식탁을 떠나질 않는다. 제 엄마는 애들 본다고 거실에서 서성이고 할매는 물병 가지러 일어선 참에 녀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밥 맛이 별로 없지?" "네~" "사실은, 하라버지도 밥맛이 없단다. 하지만, 밥 안 먹으면 기운도 없고 생각도 잘 나지 않으니 어쩌겠냐, 꼭 필요한 거니 먹어 둬야지..." "......." "대신, 할머니한테는 비밀이다?! " "왜요?" "왜긴...할머니 식사준비 하신다고 수고하셨는데 우리가 밥맛 없다고 한 걸 아시면 서운해 하실테니까...ㅎㅎ" "히~~알았어요, 비밀...히~~" 시무룩하던 녀석의 얼굴이 금새 밝아진다. 저녁 먹다 말고 "하라버지, 쉬~ 비밀...히히히..."하기에 "알았다 비밀...히히히, 낼 수영장 갈거면 많이 먹어라...히히히" 할머니는 그 비밀이란게 궁금한지 자꾸 캐묻고 그럴 수록 녀석은 더 신이나 킬킬거린다. 비밀이라는 것을 하라버지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난가 보다. "연우야, 우리 비밀 지켜야 돼?" "예~~!" 녀석, 대답은 씩씩하게 했지만 오늘밤 제 엄마가 꼬드기면 십중팔구 불고 말겠지. 수영복 입고 까부는 모습이 재밌고 귀엽다...^_^ -08.07.12 강바람-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