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꽃을 심으며...

강 바람 2009. 3. 25. 20:44

반의반쪽님과 함께

이핑게 저핑게로 길을 나섰네요.

배 고프면 밥 얻어 먹고

몸 아프면 약 얻어 먹고

술 고프면 술 얻어 먹고

잠 오면 잠자리 얻어 자고

순전히, 떼거지인 셈인데

믿는 건 오직 하나, '통사공 인연'...

 

우리나라 참 넓지요?

따뜻한 남쪽에선 벚꽃이 피고 있는데

청주에 들어서니 춘설이 벚꽃 날리듯 분분합니다. 

부산 촌넘들 얼마나 신났던지요.

 

이젠 환자가 아니라며 밝게 웃는

여련화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정말 다행히도

우리님들이 바랬던 것처럼 체중도 늘고 많이 좋아지셨답니다.

그 목소리가 하두 반갑고 고마워서

석잔이 한계인 소줏잔을

자그마치 넉잔하고도 더 비웠습니다.

위로의 말도 못하고

힘내란 격려도 못하고

그냥 빙그레 웃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통 하얗습니다만,

 

눈 왔다고

오던 봄 돌아가겠는습니까?

 

그냥 이 대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차가운 눈도 금방 녹을 것이고

 

겨우내 움츠렸던 생도

어김없이 필텐데요.

 

앙상한 어깨 한 번 토닥이고

그렇게 돌아섰습니다.

 

(그 와중에도 챙길 건 챙기고... ㅎ)

 

로진. 들길님의 둥지

'나무향기 차향기'에 들러

이틀 째 무전취식을 했습니다.

 

아직 춥긴 하지만

그곳에도 이미 봄 기운이 솟고 있더군요.

  

공밥 안 먹을라꼬 작정했는데

자고 나니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데요.

우얍니꺼,

비오면 쉬는 게 '노가다'의 불문율이라는데...

 

그래서 그냥 나섰습니다.

비 그치면 생 구덩이라도 파얄 것 같아서...ㅎ

 

돌고 돌아서 꽃씨님 댁엘 들렸네요.

농번기엔 안 찾아 가는 게 도와 주는 일인줄 알지만

어쩝니까. 그러고 싶은것을요.

속리산 뒷골에도 매화는 기지개를 펴고

조롱조롱 맺힌 빗방울 바라보며

 

오미자 와인과

걸쭉한 막걸리와

막 뜯어온 산나물 무침으로 

삼일 째 무전취식 역시 거하게 챙겼습니다.

 

꽃모종 까지 얻어 싣고

도망치듯 돌아 왔습니다. 

일 돕지 못할 거라면 일찍 떠나기라도 해얄 것 같아서리..ㅎ

오자마자 이 녀석들 부터 앉히려는데

어울릴만한 그릇이 없으니

그럴싸한 그릇부터 하나 만들어야 겠네요.

 

 

 

여련화님이 주신 꽃은 이렇게 심었습니다.

그동안 비어 있던 그릇인데

뿌리가 깊은 현호색엔 딱일 듯 싶군요.

삼일간 트렁크에 갇혀 있어서 아직 몽롱하겠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니

이 녀석도 아마 곧 깨어 날겁니다.

그리고,

파란 희망을 곱게 피우리라 확신합니다.

 

삼박사일을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놀아 주신 님들과

함께해 주신 반의반쪽님께 감사드립니다...^_^ 

 

-09.03.2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