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09. 3. 28. 11:17

  

문득 문득 생각나는 곳...

지도 펴놓고 손가락으로 어림하던 그때에 비하면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이즈음이 얼마나 다행이던가.

열매원이 여기니 장각폭포는 여기 있고...

쭉쭉쭉쭉 올라가다가 휴게소를 지나서 

작은 다리 앞에서 요리 들어가면

어느 땐 팔십 노인 같고

어찌보면 예닐곱살 얼라 같은 산소년이 사는 집이고

그리고 그 옆 동네 오만원짜리 집이 여기고

차씨 아저씨네는 여기고...

또 쭉쭉쭉~~올라 가면 동글동글한 얼굴 하나 꽃씨네 집...

그렇게 눈으로 더듬고 마음으로 찾던 곳...

 

농번기임을 모르지 않고

농사에는 젬병이니 거들지 못함도 알지만

어쩌겠는가....가고 싶은 걸...

 

때마침 봄비가 내린다.

앗싸~!... 하늘도 내 맘 아셨나부다...

객 노릇이 염치 없어

제 편한  억지로 미안함을 밀치며 들어서니

작은 개울을 굽어 보는 매화 나무엔

빗방울이 꽃망울과 섞여 조롱조롱 한데

푸른 연기가 초목을 훑으며 잔잔하게 흐른다.

분위기 좋~코... 

 

답잖은 쌀쌀함으로 한 껏 움츠렸던 어깨는

빨간 장작불 앞에서 절로 펴지고

 

오미자 와인의 빨간 유혹과

 

편안한 자태의 막걸리 항아리가 나른한 몸을 깨운다. 

좋다...

그냥 편하고 좋다.

사람이 있어서 더 좋다.

내가 여기 와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었는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캄캄한 밤길을 어렵사리 찾아 준 마음도 좋았고

정직한 땀으로 뿌리고 거두어

이상과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그런 곱고 순정한 얼굴들과 마주 앉아 

비록, 어눌한 말투로나마 정담 나눌 수 있는

그것만으로도 족한 것을...

 

그렇게 흡족한 마음으로 지새고

이른 아침 바쁜 일정으로 허겁지겁 떠나왔다.

그게 돕는 일인 듯 싶어서.

 

일행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장각폭포를 찾았다.

봄은 분명 코앞까지 왔건만

그 봄 시샘이라도 하는 듯 겨울이 앙칼지게 남아있다.

그 앙칼짐에

움 틔우려던 생들이 잠시 주춤하는 듯 했다.

 

사람살이라고 초목과 다를 게 있으랴.

뿌리내리고 싹 틔우려면

감내해야 할 짐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고

쏟아야 할 땀과 인내 또한 만만찮을 것이며

더러 벼랑 끝에 내몰릴기도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순리대로 살며 기다릴 수밖에...

 

사람사는 곳 어디에서나

비뚤어진 잣대와 고장난 저울은 늘 있으니

그런 시샘일랑 올곧은 초발심으로 견디며  

가슴에 품은 꿈 활짝 피우길 빌어본다.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맛난 음식으로 배불려 주시고

따뜻한 잠자리 내어 주신

산소년님, 신교주님, 산넘고물건너님, 꽃씨님께 감사드립니다.

주신 꽃 모종은

이쁜 그릇 만들어서

꽃보다 고운 님들의 마음과 함께 곱게곱게 심겠습니다.

고맙습니다...^_^

 

-09.03.2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