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시계와 닭
강 바람
2009. 6. 9. 23:05
잠자리가 낯설어서인지
깊이 잠들지 못하던 차에
닭울음소리에 그나마 선잠도 깨고 말았는데
때마침, 괘종시계가 딩~~ 울린다.
"몇 실까?" 하며 다음 종소리를 기다렸지만
종소리는 딱 한 번 그것으로 끝이다.
"아니, 한 신데 뭔넘의 닭이 오밤중에 우노?"
이넘의 닭이 美쳤나?
자는 것도, 깬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뒤척이고 있는데
오래지 않아
방안에 머물던 어둠이 서서히 걷힌다.
마루에 걸린 오래된 시계를 봤다.
날은 이미 밝았는데 아직 두시 반이다.
美親건 닭이 아니라 시계였다.
닭울음소리로 새벽을 여는 이는
누가 美쳤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는 시간을 느끼고
나는 시계를 본다. 그 차이다.
비가 온다.
그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것이고
나는 자동차 전조등에 비치는 빗줄기를 본다.
자연 속에 놓인 자와
자연으로부터 격리된 자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09.06.0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