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로..
작업장 침수 됐다고 엄살을 부리기에
딴엔 큰 맘 묵고 길곡님 작업장에 갔더니
정작 길곡님은 "바람이나 쐬러 갑시다" 한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않고 따라나섰다.
묻지 않으니 오히려 답답했든지
"지리산 갑시다"
"가자"
계획없이 나서는 건 내도 좋아 하니까.
그렇게 나선 길...
가는데 자꾸 길을 묻는다.
길치인 내게 길을 묻는 거다.
"고마 네비 하나 사라"했더니, 재미 없단다.
모르면 묻기도 하고
그러면서 말도 건네고 그래야 재밌단다.
말은 틀린 말 아닌데
걸어 가는 길이라면 몰라도
차타고 가면서 어디에 세워 누구에게 묻느냐고 했더니
그래도 네비는 인간미가 없다나?
기계인 네비가 인간미 없는 건 당근아녀?
허 참, 별종이랄수도 없고...
남해고속을 타고 가다가
함안에서 내려 한적한 국도로 접어들었는데
갈림길에서 머뭇거린다.
"몇 번 와 봤는데...'라면서...
와본 길도 헤매는데 처음 가는 인생길은 오죽할까.
주차장엔 차들로 꽉 차있다.
숯가마는 찜질방이 되고
사람들 옷은 땀으로 흥건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히 헉 들이켜진다.
그나 내나 비쩍 말랐으니 삼복에 숯가마 들어갈일은 없고
숯 한 박스 사고
비빔밥 한 그릇씩 먹고 돌아섰다.
대진고속을 타고 올라간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경호강은 이번 비로 시퍼렇게 물이 찼다.
구명조끼 입은 레프팅객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함양에서 다시 내려 지방도로를 따라 지리산 실상사로 향한다.
가는 길목에 죽염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며 헨들을 꺽는다.
대체의학?
민간요법?
암튼 그 방면의 침, 뜸, 죽염, 약초를 취급하는 곳이라는데
죽염 한 박스 사오는 동안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송송 베어나오는 땀을 식혔다.
잠자리가 옆에 와 알짱거린다.
소나무도 살아온 여정이 힘겨워 보이고
쉬고 있는 잠자리도 피곤해 보인다.
다시 돌아 나오면서
통나무 학교가 호기심을 자극해 차를 세웠지만
일요일이어서인지 조는 듯 한가롭다.
폐교된 초등학교라는데
아이들은 다 어딜 가고 통나무만 가지런하다.
십여키로 더 달려
인월사거리에서 실상사 방면으로 죄회전한다.
그곳엔 새벽님이 있기때문이다.
연락도 없이 간다.
갔다가 없으면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되니까.
헌데,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 수상하다.
'사람도 자연도 다 죽이는 댐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인데
아니 이곳에 웬 댐을??
공방은 열려 있고 사람은 없다. (중나린가? 털중나린가? 나리종류가 하두 많으니...모르쇠 ㅎ)
터덜터덜 집 찾아 헤매다가
돌담장을 배경으로 해바라기하는 이녀석을 만났다.
굳이 내가 집찾아 나선 이유도 이런거다.
가는 길 어딘가에는
내가 즐길만한 무엇들이 분명 있을거라는 기대...
새벽님을 찾았다는 전화가 왔다.
내려오는데 새벽이님의 전화가 또 온다.
전화기에 뜬 이름은 '지게꾼'
어쩐지...
'새벽'이란 전화번호가 왜 안 보이나 했더니
예전 닉인 '지게꾼'으로 등록돼 있었으니...
예의 그 선한 얼굴이 반긴다.
셋이, 뱀사골 가는 초입의 계곡으로 갔다.
만수천에 가득 찬 물.
그 언저리 바위에 핀 나리(다른 분이 보시고 원추리라고 일러주신다.)
사람들이 수없이 오가는데도 온전히 남아 있는 게 참 고맙기도 하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넓은 바위, 깊은 소에
콸콸 뒤틀며 쏟아지는 물줄기들.
이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고있을까?
저 아래에 둑 높이 쌓고 이들을 가둔다면
갇힌 이 물들은 제 갈길을 사람에게 물어 올지도 모르지.
그때,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물 막기 전에 이 바위부터 깨뜨릴지 모르지.
그럼, 이강산의 역사는 누가 있어 전해줄까?
쇠주 한 잔에 뱃속이 뻑뻑해진다.
산 머리엔 구름이 걸리고
해는 구름 뒤에 숨어 구름을 물들인다.
새벽님께 신세만 지고 길을 나선다.
오던길과 달리 계곡을 끼고 마천으로 달린다.
발 아래엔 까마득히 옥색 비단이 흘러 가고
사방은 녹색 병풍이 둘러쳐진 그길따라 나간다.
최근 들어 둘레길에 부쩍 관심이 가는데
이 근방이 지리산 둘레길의 한 부분이란다.
가는 게 목적인 그런 길이 아니라
걷기 위한 만들어진 길, 그것이 둘레길이라는데
마을도 지나고 강도 건너고 숲도 만나고 사람도 만나는 길로써
그 길섶에 사는 생들의 삶을 지켜보며 가는 순한 길이란다.
선선해지면 휘적휘적 한바퀴 돌고 싶다.
몇 발 가지 않아 함양군이고
강을 사이에 두고 다시 산청군이다.
3개 면을 넘나들며
생초ic까지 오는 30여 킬로의 길을 물줄기만 따라 왔으니
이렇듯
물길과 인간의 길이 나란함은 무엇이던가?
治水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지만
부디,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사는
그런 아름다운 治水였으면 좋겠다.
밤길을 달려 집으로 향했다.
길 물어볼 사람조차 없는 캄캄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네비 항개 사라, 답답해서 원...'
'아무래도 있어야 겠지요?..ㅎㅎ'
사람에게 길 묻는 아나로그적 향수와
기계에게 길 묻는 디지털적 현실에서
나는 현실에 적응하며 향수를 그리는 쉰세대다...^_^
-09.07.28 강바람-
*배경음악 가사가 좋아 함께 소개합니다.
Simple Man / Lynyrd Skynyrd
Mama told me when I was young
Sit beside me, my only son
And listen closely to what I say
And if you do this
It will help you some sunny day
어릴 적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하나뿐인 아들아, 이리 와서 앉아 봐라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을 새겨 들어야 해
그러면 네가 햇빛 찬란한 날을
볼 수 있도록 도와 줄거야
Oh take your time, don't live too fast
Troubles will come and they will pass
Go find a woman and you'll find love
And don't forget, son
There is someone up above
여유를 가지고 급하게 삶을 살려 하지마
시련은 다가왔다가 곧 지나기 마련이니까
여자 친구도 사귀고 사랑도 해 보거라
그리고 저 위에서 하나님께서
보고 계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
And be a simple kind of man
Oh be something you love and understand
Baby, be a simple kind of man
Oh, won't you do this for me,
Son if you can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야 한다
네 자신이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해
수수하고 검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들아, 할 수 있다면 날 위해
그렇게 해 주지 않으련?
Forget your lust for the rich man's gold
All that you need is in your soul
And you can do this if you try
All that I want for you,
My son is to be satisfied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이나 추구하는
그런 욕심은 버려야 해
필요한 것은 모두 마음 속에 들어 있단다
네가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
얘야,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만족하는 삶을 사는 거란다
And be a simple kind of man
Oh be something you love and understand
Baby, be a simple kind of man
Oh, won't you do this for me,
Son if you can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야 한다
네 자신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해
수수하고 검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들아, 할 수 있다면 날 위해
그렇게 해 주지 않겠니
Boy, don't you worry
You'll find yourself
Follow your heart and nothing else
And you can do this oh baby, if you try
All that I want for you,
My son is to be satisfied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네 자신이 누군지 발견할 거야
그 무엇보다 네 자신의 마음에 따라 살아
그리고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단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거야
And be a simple kind of man
Oh be something
you love and understand
Baby, be a simple kind of man
Oh, won't you do this for me,
Son if you can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야 한다
네 자신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해
수수하고 검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들아, 할 수 있다면 날 위해
그렇게 해 주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