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기분 좋은 날

강 바람 2009. 7. 31. 22:09

이뿌지요?

어떤 양반이 

허름한 제 놀이터(작업장)에 귀한 걸음을 하셨는데

그 품에 꼭 안고 오셔서 제게 주신 겁니다.

언젠가

그의 블로그에서 본 분경이 이뿌다고 했더니

마음에 담아 두셨든가봅니다.

나무는 영산홍인데

화원에서 재료 구입해서는 손수 심으셨다네요.

 

책도 한 권 주셨습니다.

시력 핑계로 책 놓은지 꽤 됐는데

최근에 읽은 한 권의 책도 그의 선물이었고

앞으로 읽을 또 한 권의 책도 그의 선물이니

그만큼 빚이 큽니다. 

마음 같아선

내 졸품이라도 보답으로 드리고 싶었지만

나중에 갚기로 하고 빈손으로 돌려 보냈네요.

주는 그의 계산없는 마음도

받는 나의 기쁨도 반감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핑계 좋지요? ㅎ

 

  

책 고르기 쉽지 않지요.

선물할 책은 더 어렵고요.

서가 앞에서 이것저것 재고 따지느라

몇번을 꼽았다 뺐다 했을까요?

 

화원에서도 그랬겠지요.

화분, 배경석, 나무를 선택하고

이렇게도 놔 보고 저렇게도 놔 봤을 오늘의 선물은

책과 분경만이 아니라

그의 따뜻한 마음까지 전해 받았습니다.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봐 주이소.

어때요? 이뿌지요?...^_^

 

-09.07.3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