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어디 갔었던교?

강 바람 2009. 8. 4. 22:05

 

온종일 죽치고 있다가
해 넘어갈즈음에야 내다보니
산위에 구름이 장관인데

노을이 구름 틈사이로 붉다.

피우려던 담배 되집어 넣고 카메라를 낚아채서  
느린 엘리베이트를 독촉하며 25층에 올랐건만
잠긴 옥상출구가 급한 마음을 가로막는다. 
복도창 열고 까치발로 내다 보니 
아름다운 노을 대신 먹구름만 바람처럼 흐르고 있었다. 
터덜터덜 걸어 열 아홉층을 되돌아 내려왔다.

"어디 갔었던교?"

"꼭대기까지 한바퀴 돌았다"

"걸어서요?"

"응..."하며 얼버무린다.

노을 보러 갔었다고 하면 끌끌 혀라도 찰 것같아서....^_^

 

-09.08.0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