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어쩌다 잡은 달

강 바람 2009. 8. 6. 00:16

    Annie's Song - John Denver

살다보니 참 밸일도 다 있습니다.

제가 똑딱이 차고 다닌지 5년인데

제대로 된 달은 한 번도 찍어보질 못했지요.

찍었다하면 손톱만하게 나오거나

그나마도 확 퍼져서 달인지 외등인지 분간치 못할 정도였는데

오늘 운좋게 한컷 건졌습니다.

물론, 망원렌즈로 손에 잡힐듯 잡아내는

작품사진에 비하면 그야말로 볼품없는 그림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완죤, 소발에 쥐잡은 기분입니다.

 

달 아래 얇은 구름이 흐르고

그 밑엔 다시 두꺼운 구름이 바삐 흐르는데

찍으면서도 이정도까지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잘 나온 이유가 궁금해서 생각해보니

얇은 구름층이 달빛을 가렸기때문은 아닐까 싶네요.

전등 앞에 엷은 천을 두른 것처럼

일테면 필터역할을 해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 오늘 참 겸손한 달님이십니다. 

구름으로 살짝 가려주는 센스...

저도 앞으로 겸손하게 살겠습니다...ㅎ

 

얇은 구름 비껴 흐르고나니

달은 제 빛을 여과없이 발산하고

사진은 다시 퍼지고 말았습니다.

잠시나마

똑딱이에게 큰 은혜 베푸신 달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니, 달님이 아니라 구름님의 써비스였던가?...^_^

 

-09.08.05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