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돌돌이 고무신

강 바람 2009. 8. 28. 18:12

 

며칠째 신발장 위에 놓여 있는 작은 박스 두개...

"뭐꼬?" 하며 들여다 보니

작은 고무신이 한 켤레씩 들어있는데

아내는 대답 대신 배시시 웃음부터 흘린다. 

"동래시장 갔다가 돌돌이 줄라꼬..."

까만 내 고무신 볼때마다 사줘야겠다 맘 먹었단다.

"이뿌지요? 이뿌지요?

일돌이 꺼는 조금 큰걸로 샀는데

맞을라나 모리겠네...!@#$^%@&^...."

어쩌구 저쩌구 혼잣말로 부산을 떤다.

 

 

어쩌면 아내는

빛바랜 그녀의 동화를 꺼집어 냈는지도 모르지.

시장에서 돌아온 엄마보다

그 손에 들린 고운 신발이 더 반갑던 오래된 동화를... 

 

 

"맞아야 할긴데...

에이~ 안 맞으면 바꾸면 되지뭐..."

혼자 중얼 거리며 또 한 번 톡톡 친다.

 

 

이거 사 놓은지 어림잡아 스무날 쯤 되는데

드나들때마다 집적거리더니

드뎌, 녀석들이 내일 온단다.

아마, 이러 표정일테지?

 

 

 

욘석들은 모르리라.

작은 고무신 한 켤레로 

할매가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그리고

할매 입가에 번지는 살폿한 미소도....^_^

 

-09.08.2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