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공룡과 강아지풀

강 바람 2009. 10. 19. 17:28

'뭐 하는교? 넘어 오이소...'

누가 또 바람을 꼬드깁니다.

일테면,

안달난 가출상습범에게 기름 붓는 꼴이지요.

그래서 간 곳은

말이 농장이지

산 나무보다 죽은 나무가 더 많은

길곡님의 공방 겸 농장입니다.

 

 

이걸 만들고 있더군요.

유치원생들의 체험소재라는데

기본틀은 잘라 놓은 상태로

나더러 조립하고 눈 그려 보랍니다.

 

 

책이 있어서 어려운 작업은 아닌데

어둑한 하우스 안이라 눈은 가물거리고

붓 잡은 손은 자꾸 떨리고해서

눈도 쉴겸 밖으로 나갔더니

나뭇가지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눈부십니다.

 

 

그 햇살 아래 드러난 작은 생들...   

녀석도 슬슬 갈무리 하네요.

잔털 속에 스며든 햇살이

이런 화사함이라니...

이런 산뜻함이라니...

속속들이 들어낸 모습이 참 평화롭습니다.

이녀석은 

흐린 날에도 이랬고

비오는날에도 이랬을테지만

나는 햇살 아래서야 볼 수 있었으니

내가 보는 게

강아지풀이기보다는 햇살인게지요. 

 

 

비록, 특별한 것없는 소소함이지만

내 선 곳 그 발밑에서

이런저런 시름들을 풀어봅니다.

 

 

그래봐야 기껏 10여 분이지만

쪼그리고 앉은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참 많은 것들을 채웠습니다.

돌아서면 말짱 도루묵이긴 하지만..ㅎ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왼쪽 것은 공룡이고

가운뎃 것은 토끼라고했는데 좀 크다 싶고

오른쪽 것은 부엉이고

앞에 선 녀석은 팽귄이랍니다.

닮았습니까? ㅎ

 

만들면서 언듯

손녀 손자가 떠올랐습니다...^_^

 

-09.10.19 강바람-

음악 : Tol & Tol - Pav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