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나무이야기

유치원에 간 바람

강 바람 2009. 11. 17. 11:48

'행님, 낼 유치원 좀 가이소~'

'내가?...'

유치원에서 목공예체험을 한다기에

동물 재료를 만들어 주긴 했는데

아예 만들기수업을 진행 해달랍니다.

얼라들 만나는 거야 즐거운 일이지만

때가 때니만치 걱정이 되더군요.

다행히 열도 없고 콧물도 안 나니 별일이야 있겠냐 싶으면서도

할배 부주의로

녀석들에게 해 끼치지나 않을지 걱정이었거든요.  

 

털래털래 넘어갔습니다.

이것저것 가지고 갈 짐 챙겨놓고 잤는데

자고 났더니 가랑비가 소리없이 내립니다.

 

네비한테 길 물어 찾아간 유치원은

동화나라에 온 듯 오밀조밀하더군요.

선생님께 만드는 방법 알려드리고 수업 진행하도록 했네요.

혹 내 도움이 필요할지 몰라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가위, 칼, 송곳, 드릴은 말할 것도 없고

쉽고 편한 글루건까지 두고 갔습니다.

 

 

진지한 표정 보이시지요?

마음은 급하고 본드는 쉬 굳지 않으니

'선생님~~!...선생님~!...'

여기저기서 선생님 부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손재주가 남다른 녀석도 있고

곁눈질로 요령껏 따라가는 녀석도 있고

암튼, 지켜보는 이 할배가 더 즐거웠습니다.

 

 

에구~ 녀석들

본드 칠한게 아니라 아예 떡을 만들었군요.

이나마도 안된 녀석들은

결국 선생님의 도움으로 글루건 접착을 했네요.

 

이 친구는 공룡 눈을 빼먹었군요.

 

요 흡족한 표정!

어떠세요? 귀엽지요?

멀리 떨어져 있는 제 손녀가 생각났습니다.

 

요렇게 완성됐는데, 표정이 재밋지요?

두마리의 공룡이 데이트라도 하나봅니다.

작은 나무토막으로

녀석들과 재미난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안녕~!'

'안녕히 가세요~'

녀석들 인사성도 밝지...^^

 

 

가랑비는 굵어져

물든 감나무잎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온갖 소음과 잡념을 다 빨아들인 듯한

비 오는 날의 정적...

깊은 숲에라도 든 듯한 정적에 묻혀

잠시 다른 시간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을은 가고 있었습니다.

 

-09.11.16 강바람-

음악 : Big Big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