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간 바람
'행님, 낼 유치원 좀 가이소~'
'내가?...'
유치원에서 목공예체험을 한다기에
동물 재료를 만들어 주긴 했는데
아예 만들기수업을 진행 해달랍니다.
얼라들 만나는 거야 즐거운 일이지만
때가 때니만치 걱정이 되더군요.
다행히 열도 없고 콧물도 안 나니 별일이야 있겠냐 싶으면서도
할배 부주의로
녀석들에게 해 끼치지나 않을지 걱정이었거든요.
털래털래 넘어갔습니다.
이것저것 가지고 갈 짐 챙겨놓고 잤는데
자고 났더니 가랑비가 소리없이 내립니다.
네비한테 길 물어 찾아간 유치원은
동화나라에 온 듯 오밀조밀하더군요.
선생님께 만드는 방법 알려드리고 수업 진행하도록 했네요.
혹 내 도움이 필요할지 몰라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가위, 칼, 송곳, 드릴은 말할 것도 없고
쉽고 편한 글루건까지 두고 갔습니다.
진지한 표정 보이시지요?
마음은 급하고 본드는 쉬 굳지 않으니
'선생님~~!...선생님~!...'
여기저기서 선생님 부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손재주가 남다른 녀석도 있고
곁눈질로 요령껏 따라가는 녀석도 있고
암튼, 지켜보는 이 할배가 더 즐거웠습니다.
에구~ 녀석들
본드 칠한게 아니라 아예 떡을 만들었군요.
이나마도 안된 녀석들은
결국 선생님의 도움으로 글루건 접착을 했네요.
이 친구는 공룡 눈을 빼먹었군요.
요 흡족한 표정!
어떠세요? 귀엽지요?
멀리 떨어져 있는 제 손녀가 생각났습니다.
요렇게 완성됐는데, 표정이 재밋지요?
두마리의 공룡이 데이트라도 하나봅니다.
작은 나무토막으로
녀석들과 재미난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안녕~!'
'안녕히 가세요~'
녀석들 인사성도 밝지...^^
가랑비는 굵어져
물든 감나무잎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온갖 소음과 잡념을 다 빨아들인 듯한
비 오는 날의 정적...
깊은 숲에라도 든 듯한 정적에 묻혀
잠시 다른 시간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을은 가고 있었습니다.
-09.11.16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