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또 한 해가 가는 군요

강 바람 2009. 12. 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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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적휘적 돌아 다니며
그 길에서 만난 숱한 사람, 사람들...그리고 나무들...

그렇게 금년에도 강바람으로 살았습니다.
 

 

이 나무 토막을 선택한 이유는

끝에 달린 나뭇잎 석장 때문이었습니다.

떨어지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그 생은 마감되어 낙엽과 다름없지만

바스락거리는 위태로운 저 석장의 나뭇잎이 있음으로 해서

흔한 나무도막도 아름답게 보였나봅니다.

거기에 새를 얹었습니다.

여기에서의 새는 다만 조연일 뿐이었는데

한 순간의 방심으로 그만 잎을 떨구고 말았네요.

허전하더군요.

하찮은 나뭇잎 석장이지만

적어도 여기에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는데 말입니다.

  

 

애초의 느낌은 반 이상 줄었지만

어쩝니까. 그런대로 마무리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많이 허전하시지요?

떠돌면서 만난 제 인연들도 이와 같겠지요.

얼마나 큰지,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없는 그 緣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가슴에 품고 있으면 마냥 따뜻한 인연들...
그로부터 사람에게 필요한 게 뭔지 배웠고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았네요.

 

여유없이 살다보니
한 뼘도 안 되는 그나마의 마음도
욕심과 미움으로 채우고 나니 속은 점점 더 좁아지고
뒤돌아 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왔는데
이즈음엔 자주 쉬어 가려 합니다.
흔한 말로 '인생 뭐있어?'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고 제가 생에 달관해서가 아니라
억지로 그런 척 하는 것뿐이지만요.

 

 

또 한 해가 가는 군요.
이맘때면 버릇처럼 돌아보는 지난날이지만
산 날이 적지 않아서인지
이즘엔 오히려 담담해집디다.
그래서 피식 웃지요.
나이 먹어서 좋은 것도 있구나 싶어서요.
그래도 여전히
부끄럽고 미안코 고맙고 그렇습니다.
이 해 가고 새해 돌아오면
조금 덜 부끄럽고
조금 덜 미안코
조금 더 고마워하는 사람이길 바랍니다만
내년 이맘때면 또 오늘처럼 돌아보고 후회할지 모르겠습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후회를 쌓는 일인지도 모르니까요.


님들과의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새해엔 품으신 소망들 모두 이루시고
님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신 모습으로 뵐 수 있길 소망합니다...()

 

-2009년을 보내며...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