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봄기운
강 바람
2010. 2. 24. 18:09
돋보기 꼴이 말씀아니다.
달라 붙은 나뭇가루가 밀가루 뒤집어 쓴 듯하다.
담배 한 대 물고 물끄러미 바라보니
나뭇가루 사이로 먼지 알갱이 만큼의 지난 세월이 얼핏 섞여 보인다.
세월따라 안경알은 나날이 두꺼워 지고
그럴때마다 촛점 없는 시선은 허공을 맴돈다.
껍질에 덕지덕지 앉은 시간을 가르고
뭉텅 썰어 그 속을 들여다 본다.
힘겨운 시절이 있었는가하면 좀은 편한 시기도 있었으니
그나 내나 속살에 묻힌 내력이 엇비슷하다.
그래서 녀석의 나이테가 내 엄지 지문을 닮았나보다.
눈쉼을 위해
어둑한 하우스를 벗어나 뒷짐지고 빈 땅을 살펴본다.
얼핏 가을인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니 가녀린 가지 끝이 발그레하고
소리없이 피어난 작은 생명이 반갑다.
지난 겨울이 여간 춥질 않았었는데...용키도 하지...
삭막한 땅 그 한 켠에
옹기종기 모인 특별한 색 하나만으로도 대견하다.
엊그제까지
겨우 눈만 뾰족 내밀었던 매화 가지에도
도르르륵~ 꽃망울이 매달렸다.
그래, 봄이 오는가보다...어느새 봄이...
한결 시원해진 눈으로 다시 나무를 자른다.
그러다가 만나는 아름다운 그림들...
고운 무늬를 보면 넋놓고 바라보는 재미가 참 좋다.
홰치는 장닭을 닮았다.
잘라보지 않으면
그 속에 무엇을 품었는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꿈...
그 꿈 새기기 위해 감내했을 고통도 만만찮았겠지.
쓸모가 있어 자른 나무지만
그림이 좋아 한쪽에 밀쳐둔다.
뒀다가 누군가가 오면
곱게 닦아 찻잔받침 만들어 주면 좋아라하겠지?...^_^
-10.02.2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