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0. 4. 1. 22:17

 

'행님, 소품이라도 맹글어 보이소'

나무 만지러 갔는데

이 좋은 봄날에 선뜻 만져지질 않아서

여기저기 배회 하고 있으려니 집 주인이 훼방을 놓습니다.

그래서 만든게 이겁니다.

항아리에서 물 퍼 옮길때 쓰는, 일종의 바가지인 셈인데

굵은 대나무가 없어서 안지름이 겨우 4cm밖에 되질 않습니다.

눈이 침침하다보니 글 새기는 게 힘들어

햇살 아래 앉아 사투를 벌여 겨우 이렇게 새겼고요.

 

 

 

동네 아지매들은

매화 꽃 그늘에 앉아 쑥 캐고 있네요.

쑥을 캐는지 수다를 캐는 건지

이따금 들리는 웃음 소리가 싱그럽습니다.

 

 

 

집에 돌아와  팔팔 끓였습니다.

생죽이라서 진을 빼주는 게 좋다는군요.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낙죽해려 했지만

인두도 없이 송곳으로 지진다는 게 무리임을 금방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포스터칼라를 칠하기로 했는데

세필로도 어려워 찾아낸 것이 예전에 쓰던 펜촉이었습니다.

 

 

 

그렇게 칠 한 후 칼등으로 살살 긁어 마무리 했지만

이 물건

집에서 쓸일이 별로 없을 듯하네요.

 

 

그래서 또 계획 수정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만든 것 중에

처음 계획대로 마무리 된 건 하나도 없지 싶습니다.

다음에 좀 더 굵은 대나무를 만나면

애초 목적대로 다시 만들어 보겠습니다.

 

물맛 어떠냐고 물었더니

竹香이 끝내준다고 새가 대답하네요...^_^

 

-10.04.0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