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허름한 나무에 글 다섯자 새겼습니다.
딴엔 고심해서 만든 글잔데
'고'는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양을 연상하고
'맙'은 마땅히 할 게 떠오르지 않아
차주전자에 다화 한 송이를 표현하려했는데 좀 이상하게 돼 버렸고
'습'은 웃는 표정으로 그렸고
'니'는 합장하여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으로,
'다'는 마주 서서 답례하는 표정을 그려 봤는데
역시 꿈보다 해몽이지요?
'고맙습니다'가 아닌, '다니습맙고'인 것은
그림의 어울림을 위해 그리 됐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낙관이란 걸 새겼습니다.
'강'자를 넓게 그리고 그 안에 '바람'을 넣었는데
넘 작은 글씨라서 눈 좋은 길곡님 신세를 졌습니다.
길이는 280mm에 넓이 140mm고 두께는 19mm네요.
연습삼아 한 거라서 소재는 별로입니다.
연한 나무라서 칼질은 쉬웠지만 칠이 번졌고요.
암튼, 이넘 가지고 이틀 잘 놀았습니다.
칠했다가 벗겨내고
다시 칠하고 또 덧 칠하고...
비 오는 날 시간 죽이는데는 최고란 생각이네요.
(액자추가)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소재는 같은 나무인데
길이 맞춰 자르고 반으로 캐서 네 모서리 맞추고 뒤판 홈 파는데
이거, 생각한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수성페인트로 마감하고 5미리 합판에 한지 발라서 넣었습니다.
사는 게 늘 고맙기만 하겠습니까?
서운한 일도 많고 짜증날 일도 부지기수지만
곱씹어 보니 고마운 일들도 참 많더군요.
다만, 고마운 것보다 서운한 것이 더 크게 느껴지니
상대적으로 고마움이 작아질 뿐이지 싶습니다.
이것 새기면서
반성한 점도 쪼매 있고 고마운 일, 고마운 사람들 되짚어 볼 수 있었으니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지 싶습니다.
오월 시작이 어젠듯한데 어느새 꼬리가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신록처럼 나날이 푸른 날 되시기 바랍니다.
-10.05.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