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침마다 이렇게 바구니에 넣고
하릴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부산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고
가출해야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인 셈이지요.
카메라, 안경, 전화기, 담배, 커피, 배터리에 칫솔까지...
자주, 잊기도 하고 잃어버기도 해서 아예 옆구리에 끼고 나섰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챙겼단 의미는 아니지요.
필요 없는 칫솔은 보이고
필요한 라이타는 안 보이고...그렇네요.
점점 심해져 큰일이지만 어쩌겠는교?
그냥 그렇게 그리 되는 것을...
엊그제가
아들 생일이었는데 무뚝뚝하게 밥만 먹고 나섰다가
출발하기 전 주차장에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고...사랑한다고...
더듬더듬 찍어 보냈더니 전화기가 수신불가랍니다.
진짜 큰 맘묵고 보낸 메시진데 하필 이럴때...덴장...
그게 걸려서 시원한 그늘에 앉아 전화를 했습니다만
사랑한다는 말까지는 결국 못하고 끊었네요.
그래도 무뚝뚝한 아비의 축하전화가 좋았던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그러더군요.
녀석이 어릴 땐 쉬운 말이었는데
머리 커지니 어찌 그리 어색하던지요.
비단, 그 대상이 아들녀석 뿐이겠습니까?
마음으로는 다 아는데...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다짐과는 달리 여전히 서툰 단어입니다.
우리집 꼬맹이들에겐 잘 하는데...
그 말 써먹을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데...
사랑...
옆에 연필로 연습한 흔적 보이시지요?
어떤 가수가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그랬는데;
그 이유는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틀리면 고치려고 연필로 썼네요. 말 되나요? ㅎㅎ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한마디로 엉망입니다. 아니, 엉터립니다.
'랑'의 ㄹ에 끌질 잘못으로 금이 갔는데 본드로 붙였고
그 바로 밑에 돌아 나가는 획이 두꺼운 것은 루터 작업시 한 방 먹은 거고
ㅏ의 끝이 넘 날카롭게 돼버렸는데
쓸 때는 깨닫지 못하고 끌질 뒤에야 보입니다.
고치려고 연필로 쓴 건데 고칠 기회를 놓친 셈이지요.
암튼, 못 쓰더라도 붓으로 써야겠다는 후회를 뒤늦게 했습니다.
사랑...
달콤하고 편안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단어입니다.
'사랑'과 '사람'의 차이는 겨우 'ㅇ'과 'ㅁ' 뿐이지만
그 작은 차이에서 많은 걸 느낍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스스로의 모난 성정을 다듬고
사랑 받는 마음 또한 그와 같으리니
사랑은
사람의 모난 마음을 갈고 닦아 둥글게 만들어 주나봅니다.
바닷가의 모난 돌도 서로 안고 돌며 유순해 지듯이...
연습 한 번 하겠습니다....으흠! 으흠...
님들...사랑합니데이...^_^
-10.06.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