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0. 6. 24. 11:20

Love

아침마다 이렇게 바구니에 넣고 

하릴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부산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고

가출해야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인 셈이지요.

카메라, 안경, 전화기, 담배, 커피, 배터리에 칫솔까지...

자주, 잊기도 하고 잃어버기도 해서 아예 옆구리에 끼고 나섰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챙겼단 의미는 아니지요.

필요 없는 칫솔은 보이고

필요한  라이타는 안 보이고...그렇네요.

점점 심해져 큰일이지만 어쩌겠는교? 

그냥 그렇게 그리 되는 것을...

 

 

엊그제가

아들 생일이었는데 무뚝뚝하게 밥만 먹고 나섰다가

출발하기 전 주차장에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고...사랑한다고...

더듬더듬 찍어 보냈더니 전화기가 수신불가랍니다.

진짜 큰 맘묵고 보낸 메시진데 하필 이럴때...덴장...

그게 걸려서 시원한 그늘에 앉아 전화를 했습니다만

사랑한다는 말까지는 결국 못하고 끊었네요.

그래도 무뚝뚝한 아비의 축하전화가 좋았던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그러더군요.

 

 

녀석이 어릴 땐 쉬운 말이었는데

머리 커지니 어찌 그리 어색하던지요.

비단, 그 대상이 아들녀석 뿐이겠습니까? 

마음으로는 다 아는데...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다짐과는 달리 여전히 서툰 단어입니다.

우리집 꼬맹이들에겐 잘 하는데...

그 말 써먹을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데...

 

 

사랑...

옆에 연필로 연습한 흔적 보이시지요?

어떤 가수가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그랬는데;

그 이유는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틀리면 고치려고 연필로 썼네요. 말 되나요? ㅎㅎ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한마디로 엉망입니다. 아니, 엉터립니다.

'랑'의 ㄹ에 끌질 잘못으로 금이 갔는데 본드로 붙였고

그 바로 밑에 돌아 나가는 획이 두꺼운 것은 루터 작업시 한 방 먹은 거고

ㅏ의 끝이 넘 날카롭게 돼버렸는데

쓸 때는 깨닫지 못하고 끌질 뒤에야 보입니다.

고치려고 연필로 쓴 건데 고칠 기회를 놓친 셈이지요.

암튼, 못 쓰더라도 붓으로 써야겠다는 후회를 뒤늦게 했습니다.

 

사랑...

달콤하고 편안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단어입니다.

'사랑'과 '사람'의 차이는 겨우 'ㅇ'과 'ㅁ' 뿐이지만

그 작은 차이에서 많은 걸 느낍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스스로의 모난 성정을 다듬고

사랑 받는 마음 또한 그와 같으리니

사랑은

사람의 모난 마음을 갈고 닦아 둥글게 만들어 주나봅니다.

바닷가의 모난 돌도 서로 안고 돌며 유순해 지듯이...

 

연습 한 번 하겠습니다....으흠! 으흠... 

님들...사랑합니데이...^_^

 

-10.06.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