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통사공 여름정모
여름정모...여름정모...
금년엔 그냥 넘어 가려 했습니다.
어디에서 오더라도 비슷한 거리에 부담 되지 않을 회비와
시원하면서도 넓은 장소에 물놀이도 할 수 있고
최소 백 여명의 식구가 맛있게 먹고 편하게 잘 수도 있으면서
소품 목공예 체험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같은 고민을 여러해 해왔지만 그래도 그것이 즐거웠던 것은
회원들의 열성 때문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그 열성들이 식어가서
즐거워야 할 정모가 고민꺼리로 닥아오니 금년엔 그냥 넘어 가고 싶었던 거지요.
쉬자고 해서 될일이겠습니까?
적으면 적은대로 얼굴이나 보자는 몇몇 분의 성화로
일단 공지는 했지만 예상대로 반응은 무덤덤했습니다.
한 달 여의 공지 기간에 참여의사를 밝힌 회원은 많이 잡아서 20여명...
사람만 많다면 누구의 바짓가랭이를 물고 늘어지더라도
목공예체험만은 꼭 행사에 넣고 싶었는데 맥이 탁 풀리더군요.
그래도 정모는 시작됐습니다.
하루 전에 오신 놀자님과 부인, 그리고 노자님과 향기님이 먹을거리 준비하시고
보현님의 굵은 땀방울로 넓은 행사장은 깔끔하게 정리 돼 있었습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포옹으로 대신 했습니다.
물론, 여자분들은 악수만 했고..ㅎ
무뚝뚝한 제가 포옹을 배운 것도 이 통사공인데
처음 서울양반들의 포옹이 매우 어색했었지만
오년이 지난 지금은 머스마 안는 것이 징그럽지 않네요...ㅋ
전통은 사라지지 않는가 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일꾼은 일꾼대로
술꾼은 술꾼대로...그렇게 전통을 지켰습니다.
아직 다 모이지는 않았지만 온 사람은 먹어야지요.
저녁 식사는 닭볶음탕이었습니다.
짭짤하니 아주 맛있었습니다.
아마도, 불 앞에서 수고하신 님들의 굵은 땀방울이 간이 되었나봅니다..ㅎ
주방대장 놀자님의 사진이 하나도 없네요.
하도 바삐 움직이시니 제 레이다에 잡히지 않았나봅니다.
식사후의 느긋함 속에
모깃불도 피우고 한담도 하면서 놀 준비를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이 젤 좋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연주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술 한 잔 앞에 놓고 노는 모습 지켜보며
아련한 추억의 노래 듣는 게 더없이 편하기 때문이지요.
노래방을 책임지고 계시는 풀이님의 우아한 색소폰 연주
젊은오리님의 7080 음악
가람님의 신들린 하모니카 연주
보리님의 열창과 한군님의 답가
저와 동갑이신 일벌님의 젊은 세대의 노래까지...
그리고 또 빼 놓을 수 없는 게 있지요.
입담 좋은 중년맨님의 현란한 타악기 연주.
이질적 행태?가 잘 어울리는
보현님과 파락호님의 파격적인 '언밸런스 브라더스'의 광란의 막춤도...
그리고
우린 아름다운 음악인데 더러, 소음으로 생각하는 이웃들이 있음도 알기에
잠시 진정할 필요가 있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가람님과 대소리님의 대금소리...
별 총총한 밤하늘에 연기처럼 춤추며 날아 오르는 그 청아한 소리라니...
마무리는
도토리명가 바깥대장인 보현님과 안살림을 맡고 계신 아름다운 님의 사랑의 맹세로
스피커 행사는 끝났습니다.
그외 여러분들의 모습 다 보여 드리지 못함이 아쉽지만
똑딱이 카매라의 한계를 느끼며 제대로 잡지 못하였고
혹 초상권 침해로 민망해 하실 것이 염려 되어 제가 보관만 하겠습니다.
공식 행사는 끝났지만
늘 그랬듯이 이렇게 둘러 앉아 주거니 받거니 했지요.
옆 캠프장에 누가 될까, 이웃 주민들께 폐가 될까
나직한 통기타 하나로 밤을 새웠습니다.
노래를 들려 줬지만 그건 노래라기보다 정이었을 겁니다.
노래를 들었지만 그건 노래가 아니라 마음이었을 겁니다.
저는 새벽 네시에 방으로 들어갔으니 그 마음 다 받지 못해 아쉽네요.
예전처럼 새벽 이슬 맞을만큼의 체력이 못 되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딱 한사람이 노숙하고 있더군요.
누군지 말 못합니다...미루어 짐작하시길...ㅎ
아침은 대소리님이 가지고 오신 돼지 고기를 굽습니다.
조각하던 솜씨로 돼지고기를 썰어 주신 불모님.
굽기 담당은 노자님과 사과나무님...
식사 당번은 여전히 놀자님 부부와 향기님...
배식은 앞치마 두른 바람되어님...
일찍 잔 사람은 먹고 늦게 잔 사람은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아침 먹은지 두 시간만에 이른 점심을 먹었습니다.
원인은 한군,보리님 가지고 오신 간장게장 때문이었습니다.
밥 비벼 먹고 술 안주로 먹고
여기저기서 손가락 빠는 소리가 쪽쪽 들리는 요상한 풍경이었습니다.
손수 운전해야 하는 님들은 술 한 잔이 아쉬웠을겁니다.
일박 이일의 짧은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도토리명가를 떠나 왔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내년을 기약하며...
오는 길에 목산님 공방에 들러 작품 감상도 하고
원두막에 둘러 앉아 시원한 차와 아이스깨끼로 땀 식힌 후
사백리 길을 달려 돌아 왔습니다.
찬조품 및 회비 사용
대소리님 : 돼지고기 30인 분 / 꽃 양귀비 씨앗 / 하늘진주 묘목
놀자님 : 커피잔 2개들이 1셋트
한군님 : 간장게장 2병
초록별님 : 시장용 가방 35개
귀곡사님 : 소형 다탁(제 불찰로 사진을 찍지 못해서 카페에 올렸던 유사작품을 대신 올립니다.)
목산님 : 참죽나무 오리 한 쌍
심백님 : 타올 10장
(*혹시 제가 모르는 찬조품이 있었다면 알려 주세요.)
회비 58만원 : 식자재와 곡차 구입 및 장소 관리비로 지출
보현님, 성수기에 영업 포기하고 자리 내 주셔서 고맙습다.
이익은 드리지 못해도 손해는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
대소리님의 선물은 골고루 나누어 가졌습니다.
꽃이 피면 두고두고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놀자님의 커피잔은, 그동안 일손과 뜨게질로 마음 나누어 주신 바람되어님께 드렸습니다.
식사 준비로 궂은 일 다하셨는데 선물까지 준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군님의 게장은 모두를 밥귀신으로 만드셨습니다.
천리가 넘는 먼 길을 그냥 오셔도 감사한데 맛난 게장까지 가져 오셨으니
그 고마운 마음을 깊이 새깁니다. 고맙습니다.
초록별님의 시장용가방은 모두 골고루 나누어 드렸습니다.
손주들 때문에 참석치 못하셨음에도 이렇게 마음 써 주셔서 다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귀곡사님의 소형다탁은 주방에서 수고하신 향기님께 드렸습니다.
참석하시든 못하시든 늘 마음 보태주시는 귀곡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목산님의 작품 오리 한쌍은 그 사랑 오래오래 품고 사시라고 보현님께 드렸습니다.
님의 환한 미소가 참 그리웠는데 바쁜 와중에도 와 주시고 귀한 작품까지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심백님의 선물은 땀 많이 흘리는 순서대로 나누었습니다.
늘 조용히 지켜보시며 마음으로 작품으로 불 밝혀 주시는 님께 감사드립니다.
참석하신 님(무순)
춘피님 / 한군+보리님 가족 / 풀이님 / 노자님 / 사과나무님과 자녀 / 놀자님과 부인 / 일벌님 /
가람님 / 불모님 / 심백님과 부인 / 파락호님 / 비우고님 / 젊은오리님 / 중년맨님 / 대소리님 /
목산님,이쁜여우님 / 바람되어님 / 향기님 / 귀곡사님 / 달빛속의맑은바람님 / 보현님 /강바람
총 30명 (어른 25+어린이5)
이 역시 제 기억과 기록의 부실로 빠진 분이 계시다면 손들어 주이소.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자료도 부실하고 총기도 예전만 못해서 제대로 전달치 못함이 아쉽습니다만
아무리 좋은 자료라 할지라도 가슴에 담은 추억만 하겠습니까.
부족하고 아쉽고 서운키도 하시겠지만 아름답게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10.08.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