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쌍둥이의 추석
강 바람
2010. 9. 28. 23:03
추석날 비올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열 나흗날 녀석들과 달맞이를 했습니다.
높게 뜬 달 바라보며
할머니가 절하는 시범을 보였더니 이렇게 흉내를 내는군요.
지켜보던 할머니가
'아빠,엄마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라고 했더니
중얼중얼 혼잣말 하며 손모아 허리 굽히는 모습이 앙증맞습니다.
몇 년 전에 제 누나 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던지요.
이 녀석들이 과연 무엇을 빌었을까요? ㅎㅎ
셋이 문간에 엎드려
구름을 넘나드는 그 달이 안 보일 때까지 뒹굴었습니다.
추석차례를 마치고 상 물리고 있는데
절 하라고 할땐 딴전 피우던 녀석들이 쪼르르 몰려와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든 채 이러고들 있습니다.
다리 뻗은 녀석은 작은 이돌이인데
큰 녀석 일돌이는 그나마 형이라고 제대로 하고 있네요.
형만한 아우 없다더니....ㅎㅎ
소파에서 자다가 떨어져서 이마에 훈장을 단 큰 녀석.
몇 년 전에 제 누나가 하던 짓을 보기라도 한듯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작은 녀석.
참 별난 녀석들입니다.
무엇이든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못말리는 개구쟁이들이지요.
그렇게 할배 혼을 쏙 빼놓고는
시계 하나 씩 안고 돌아갔습니다.
언제 올지 모르지만
다시 만날 그때엔 또 어떤재주 어떤 말썽으로 할배를 놀라게 할지...
벌써, 훌쩍 자란 녀석들을 상상해봅니다...^^
-10.09.2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