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나무이야기

대나무 걸름망

강 바람 2010. 11. 13. 20:37

 

요즘 눈 상태가 다소 불량해서

암것도 안하고 하루 쯤 눈 편하게 해주자고 했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서 간단한 걸 찾다가

주변에 있는 대나무로 이걸 만들었다.

참, 할일도 에지간히 없어 보이지만

쓰잘데기 없는 일에 잘 엎어지는 스탈이니 어쩌랴.

그렇게 눈 찡그리며 만들었는데 너무 작다.

 

 

그래서 다시 또 엎어졌다.

크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이 작은 넘이

결국 사흘이나 사람을 붙잡았다.

내가 대나무를 잡은 게 아니라 대나무에게 잡힌 꼴이다.

자르고, 삶고, 휘고, 벗기고, 다듬고, 모양 내고, 문지르고

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 저건 저랬으면 좋겠다싶어

다시 하고 또 다시 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집에 가서도 같은 짓을 했으니 

미련한 건지 욕심인지 모르겠다.

심란한 마음 달랠 속셈이었는지도 모르겠고...

 

며칠 방콕하고 있다가 다시 길곡님 농장으로 가보니

그 사이에 단풍이 이렇게 곱게 들었다.

고로쇠 나무가 햇빛을 받아서 화사하다.

그래 참 곱다.

진다느니, 가을이라느니 그런 애잔함 보다는

곱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그 또한 다행이고...

 

 

다듬는 건 그런대로 할만한데

꽃 한 송이와 닉을 새겨 넣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으니

어쩌면 이름 석자가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밝은 햇살 아래 나 앉아서

카메라로 찍어서 칼질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또 새기고...

다시 찍어 확인하고 또 새기고...그렇게 오후내내 美親짓을 했다. 

때로는 작은 일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음을 느끼며...

 

 

이거 세 개 만드는데 사흘이나 걸렸으니 쯧쯧쯧...

인터넷 뒤져보면 몇푼 안 할 물건을...

문양 새긴 곳에 아크릴 칠하려다가 말았다.

아크릴이 물에 녹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찝찝하니 그냥 두자.

비록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보이차도 마시고, 녹차도 마시고

목련차도 마시고 연차도 마시다 보면

그것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답고 편안한 색으로 물들 날 오겠지.

 

-10.11.13 강바람-

길이 180 / 높이 40 / 내경 43 / 외경 51 / 물구멍 1.5 (mm)

 

*

님들께서도 자주 이용해 주이소.

문양이 짙어지면 곱게 싸서 누군가에게 드리겠습니다.

날씨 쌀쌀하니 말 난 김에 차 한잔 하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