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걸름망
요즘 눈 상태가 다소 불량해서
암것도 안하고 하루 쯤 눈 편하게 해주자고 했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서 간단한 걸 찾다가
주변에 있는 대나무로 이걸 만들었다.
참, 할일도 에지간히 없어 보이지만
쓰잘데기 없는 일에 잘 엎어지는 스탈이니 어쩌랴.
그렇게 눈 찡그리며 만들었는데 너무 작다.
그래서 다시 또 엎어졌다.
크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이 작은 넘이
결국 사흘이나 사람을 붙잡았다.
내가 대나무를 잡은 게 아니라 대나무에게 잡힌 꼴이다.
자르고, 삶고, 휘고, 벗기고, 다듬고, 모양 내고, 문지르고
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 저건 저랬으면 좋겠다싶어
다시 하고 또 다시 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집에 가서도 같은 짓을 했으니
미련한 건지 욕심인지 모르겠다.
심란한 마음 달랠 속셈이었는지도 모르겠고...
며칠 방콕하고 있다가 다시 길곡님 농장으로 가보니
그 사이에 단풍이 이렇게 곱게 들었다.
고로쇠 나무가 햇빛을 받아서 화사하다.
그래 참 곱다.
진다느니, 가을이라느니 그런 애잔함 보다는
곱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그 또한 다행이고...
다듬는 건 그런대로 할만한데
꽃 한 송이와 닉을 새겨 넣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으니
어쩌면 이름 석자가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밝은 햇살 아래 나 앉아서
카메라로 찍어서 칼질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또 새기고...
다시 찍어 확인하고 또 새기고...그렇게 오후내내 美親짓을 했다.
때로는 작은 일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음을 느끼며...
이거 세 개 만드는데 사흘이나 걸렸으니 쯧쯧쯧...
인터넷 뒤져보면 몇푼 안 할 물건을...
문양 새긴 곳에 아크릴 칠하려다가 말았다.
아크릴이 물에 녹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찝찝하니 그냥 두자.
비록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보이차도 마시고, 녹차도 마시고
목련차도 마시고 연차도 마시다 보면
그것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답고 편안한 색으로 물들 날 오겠지.
-10.11.13 강바람-
길이 180 / 높이 40 / 내경 43 / 외경 51 / 물구멍 1.5 (mm)
*
님들께서도 자주 이용해 주이소.
문양이 짙어지면 곱게 싸서 누군가에게 드리겠습니다.
날씨 쌀쌀하니 말 난 김에 차 한잔 하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