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감자탕레시피

강 바람 2010. 12. 25. 12:24

Silky Way

감자탕을 끓였습니다.

연말이라서 조촐하게 술 한 잔 할 목적이었는데

제가 언제 감자탕을 끓여 봤겠습니까?

길곡님이 돼지 등뼈는 사 놨는데

어떻게 끓이는지, 양념은 또 어찌하는지 몰라서

전날 인터넷 뒤져서 레시피를 찾아 봤더니

기본 틀은 비슷한데 저마다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여러 장 복사해놓고는 적당히 끼워 맞춰서 감으로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마고 큰소리는 쳐놓고 은근히 걱정 되어

약속된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워낙 추운 날이라

전날 밤에 내 놓은 돼지등뼈에 잔 얼음이 서걱서걱 해서

쭈그리고 앉아 손으로 떼어 내어 물에 담갔습니다.

찬물에 돼지고기를 만졌더니 기름이 엉겨 끈적끈적합니다.

 

 

기본 준비는 해놓고

 

 

눈물 찔끔거리며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레시피대로라면

돼지등뼈는 3시간 동안 물에 담가 둬야 하지만

방을 데워야겠기에 불을 먼저 지핀 겁니다.

추운 날에는 아궁이 앞이 아주 제격이더군요.

 

 

그렇게 세 시간여 부산을 떤 뒤에

가마솥에 돼지등뼈를 넣고 나와 보니

하얀 눈송이가 하나 둘 날리고 있었습니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이 눈 올 것 같다 했더니

정말 눈이 내리는 겁니다.

 

 

그냥 그렇게 멈추나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내리더군요.

 

 

내 고향에서는 지겹기까지 한 눈인데

남쪽에선 참 귀한 풍경이어서 

금방 녹아 버릴 것 같은 조바심에

카메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어려서도 늙어서도 첫눈은 어찌 그리도 반갑던지요.  

 

 

그렇게 한 시간의 짧은 풍경은 사라졌지만

길에 덮인 하얀 눈들이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부엌의 열기로 내린 눈은 금방 녹아버리고

지붕에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등뼈가 푸르르 한 번 끓은 뒤에 건져 내고

새물을 붓고 본격적으로 끓이기 시작해서

두 시간 쯤 푹 고았습니다.

 

 

그 사이 손님이 오시고

따로 삶아 놓은 시래기와 양념장을 넣고 작은 냄비로 끓여서 소주 한 잔 했습니다.

양념장은 길곡님 옆지기께서 해 주셨는데

먹기 바빠서 양념장 넣기도 전에 찍었더니 좀 허옇군요.

'파 넣었나?'

'고추는?'

'그거 땡초 맞나?'

'뭐 빠진 거 읍나?'

'가만, 간은 소금으로 하는 거라 캤는데...'

말로만 왁자했지

사다 놓은 감자도 넣지 않았고 들께도 깜빡했습니다.

일테면 감자 빠진 감자탕인 셈이지요.

왕 초보들이 둘러 앉아 입으로 만든 감자탕이이라

음식점에서 파는 것에는 못 미치지만 먹을 만했습니다.

아마, 만드는 즐거움이 곁들여 졌기에 좋았었나 봅니다.

그렇게 한 해의 끝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감자탕 잘 모릅니다.

이번에 조금 배웠으니 다시 하면 조금 더 나아질 테지요.

앞으로 번개 식사메뉴로 천거하기도 했으니

조만간 감자탕 번개 함 때리겠습니다.

제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맛은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재미가 맛을 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참고 했던 레시피를 복사해 올립니다.


1. 돼지 뼈 핏물 빼기
돼지 뼈는 6cm 길이로 자르고 찬물에 3시간쯤 담가 핏물을 완전히 뺀다.

2. 채소 썰기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씻어 큼직하게 썰고, 얼갈이배추는 5cm 길이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깻잎은 씻어 물기를 빼고 큼직하게 썬다. 고추는 송송 썬다.

3. 향신채 준비하기
파는 다듬은 다음 씻어 1대는 큼직하게 자르고, 나머지는 어슷 썬다. 양파와 마늘,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 큼직하게 썬다.

4. 돼지 뼈 삶기
끓는 물을 넉넉하게 준비해 돼지 뼈를 삶는다. 한 번 끓으면 돼지 뼈를 건져내고 국물은 버린다. 다시 돼지 뼈를 냄비에 담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큼직하게 썬 굵은 파,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통후추와 함께 끓인다.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이고 2시간쯤 푹 삶는다.

5. 양념장 풀어 끓이기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면 뼈는 건지고 국물은 면포에 걸러 기름기와 불순물을 없앤다. 국물을 다시 냄비에 부어 뼈를 담고 분량의 양념장을 풀어 끓인다.

6. 채소 넣고 끓이기
④의 국물에 감자, 얼갈이배추를 넣고 끓이다가 감자가 거의 익으면 들깨가루를 뿌린다. 마지막에 깻잎과 어슷 썬 굵은 파, 붉은 고추를 올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10.12.25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