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벌레를 어떻게 해요?

강 바람 2011. 8. 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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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물 주러 나갔다가

죽은 지렁이에 몰려든 개미떼를 봤다.

안 그래도 골치 아팠는데 잘됐다 싶어

스프레이를 뿌린 뒤 쓰레기 봉지에 담으며

지난 달 손녀와의 대화를 떠올려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손녀가

몸을 모로 꼬며 다가오기에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벌레를 어떻게 해요?"

벌레를 어떻게 하다니??

망설이다가 던진 질문인데

질문의 의도를 몰라 잠시 뜸들이다가

모기한테 물렸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일테면  

그 모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옳으냐의 문제인 것 같았다.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그 참...난감했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더니

물끄러미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모기나 파리처럼

집안에 들어와 사람을 물거나 

나쁜 병균을 옮겨서 사람을 아프게 하면 당연히 없애야겠지만  

원래 그들이 살던 곳에서 살며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들을 죽일 필요야 없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제야 배시시 웃는다.

 

어쩌면, 녀석이 그런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것이 맘에 남아 편치 않았을지도 모르며

녀석이 궁금한 것은 교과서적인 생물교육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답에서 어떤 위로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말 난 김에 한 마디 덧붙였다.

거미줄 봤지?

거미줄에 나비가 걸려 있으면 불쌍하지?

그럴 때 네가 나비를 구해주면 좋겠지만

그러면 거미는 뭘 먹고 살겠느냐?

그게 자연이고 그게 그들의 살아가는 방법이니

나비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은 좋지만 거미를 미워하진 말라고 했더니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딴엔 심각한가보다.

 

무엇을 알아들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모른다.

자연을 사랑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왜 사랑해야하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모기나 파리는 물론이고

집안에 들어온 좁쌀만 한 개미까지 박멸하고

산길 걸을 땐 긴 작대기로 거미줄을 걷어 내는

모진 할배의 위선만은 눈치 채지 않았으면 싶다.

 

-11.08.1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