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2. 7. 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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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과 금산사를 찾았다.

 

 

할매따라 간절한(?) 삼배 끝에

 

 

우루루 몰려 나오는데

이돌이 입이 수상하다.

절하러 들어간 녀석이 뭘 먹기에 조롷게 맛나게 오물 거리는지...

아내에게 물었더니

절하는 게 신통하다고  어떤 할머니께서 사탕을 주셨단다. 

영낙없는 다섯 살의 표정이다.

 

 

그런데

기념사진 찍으려니 바로 기도자세로 들어간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상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는지

할아버지 한테 기도하는 모습을 자랑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짧은 순간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게 녀석은 이미 유아가 아니다.

워낙 보고 듣는 게 많은 요즘 아이들이라서

예전의 다섯 살 과는 참 많이 다르다.

 

 

이 표정

무슨 생각을 할까?

좀 전에 사탕 오물거리던 그녀석은 어디 가고

낯선 표정이 거기있다.

이 녀석에게도 번뇌, 고민이 있을까?

슈퍼맨 되는 게 소원이라더니

혹시, 지켜야할 지구가 너무 무거워서일까? 

아니면, 볼에 감춘 사탕의 단맛을 음미하며

깨물어 먹을 건지 녹여 먹을 건지를 고민하는 걸까?

 

 

 

  

그런데 이 폼은 또 뭐꼬?

양손 주머니에 찔러넣고 바라보는 이 시건방진 표정...

여유인듯하고

교만인듯도 하고

미소인듯하고

냉소인듯하고

뭐가를 초월한 것도 같고

사진 찍는 할배 우습게 보는 것도 같고 

짜슥 진짜로 거만하다.

"야!, 다 같이 찍는데 니만 왜 나와??"

 

 

 

그제야 슬그머니 끼이더니 제 본성이 나온다.

할배 잔소리에 대한 반항인지

자신의 돌발행동에 대한 쑥스러움인지

V로도 모자라 오만상을 찌푸리기까지 하니

저 작은 우주에 뭐가 들어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부처일까??

슈퍼맨일까??

 

-12.07.0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