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여름정모를 마치고..
소풍 가는 아이 같았습니다.
그리움이겠지요?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느냐는 크게 중요치 않았습니다.
다만, 나의 소풍이 아닌 우리의 소풍이기에 조금 걱정은 됐지요.
아내는 먹을거리 때문에 나보다 더 신경 쓰이는 눈치고요.
날씨는 괜찮을지...
몇 명이나 와 줄지...
뭘 먹여야 맛나게 잘 먹을지...
뭘 해야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기다림에 지쳐 기어이 하루 빨리 나섰는데
터널 하나 사이에 두고 비와 해를 번갈아 내니
가는 내내 걱정과 안심을 넘나들며 앉은 자리가 바늘방석 같았지요.
굽이굽이 돌고 돌아 목산공방을 찾아드니
목산님의 맑은 미소와
이쁜언니님의 씩씩한 웃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전답사를 핑계로 한번 찾아 뵀어야 했는데
믿는 마음에 소홀한 것 같아 죄송했네요.
여름 소낙비는 소 등을 다툰다더니...
건너 산위엔 햇살이 구름사이로 내려앉고
목산공방엔 장대 같은 소낙비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느긋하게 앉아 바라보는 그 풍경은 정말 짱이었는데
행사가 걱정되어 제대로 즐기지 못했네요.
불안한 내 심사가 측은했던지
저녁에야 비가 멎었습니다.
외등아래 노란 달맞이꽃이 달을 유혹했지만
그믐밤이라 달님은 오지 않고 별만 가득했습니다.
낯에 내렸던 빗줄기 수만큼이나 많은 별들...
"아~, 낼 날씨는 괘안캤네..."
반딧불이가 많았다는 목산님 말을 듣고
어두운 숲을 응시했지만 결국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일흔 다된 할배가 무신 반딧불이 타령이냐 시겠지만
호박꽃에 가득 담아서 초롱불처럼 들고 다니던
소싯적 그 시절의 여름밤이 참 많이도 그리웠네요.
두런두런 이야기꽃 피우다가 늦게 잠들었지만
낯선 잠자리임에도
곳곳에 베인 나무 냄새 덕이었든지 일찍 일어났습니다.
이 녀석도 뭘 아는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네요.
이 녀석이 해탈인가? 은실인가??
마침 괴산읍 장날이라서
아내와 함께 장보러 갔습니다.
제가 젤 싫어하는 게 장보는 일인데
무거운 것 들어줄 사람 없으니 우얍니까.
이쁜언니님 뒤만 쫄쫄 따라다니며 한 바퀴 도는데
무거운 건 둘째 치고 그 지루함이라니...
점심때가 다돼서야 돌아오니 몇 분이 오셨더군요.
자주 오시는 분들은 늘 하던 대로 제일처럼 거들고
처음 오신 분은 첨이라서 거들고...
마을에서 텐트 빌려다가 무대도 설치하고
풀이님은 악기 세팅과 튜닝에 열심이시고
젊은오리님은 벌써 분위기 돋우시느라
특유의 감성적 목소리로 흘러간 시간을 되돌려 주고..
마당에도 해 가리개 쳤습니다.
한군님이 한마디 합니다.
'역시 잔칫집 마당엔 천막이 있어야 제격'이라고요.
늘 이렇습니다.
주방엔 우렁각시가 있고
마당엔 일개미가 있고
그늘엔 배짱이가 있고...
어느새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굳었네요.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묵고 노는 것만 남았는데
이후의 일들은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제 똑딱이가 밤에는 시원찮거든요.
목산공방의 평안과 발전을 비는 지신밟기 풍물놀이도 있었고
노래자랑도 있었고
장기자랑도 있었고
7080노숙도 있었습니다만
다른 분들이 많이 찍으셨고 많이 올려 주셨으니
저는 생략하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간 열쇠고리는 어둠을 틈타 하나씩 나눠 드렸습니다.
이쁜 거와 더 이쁜 거 가릴 것 없으니
일테면 복불복인 셈이지요.
다음날
아침 식사 후
주방에서 수고 하신 님들께
목양님이 찬조하신 나무볼펜과
제가 가지고간 작은 것들을 정표로 드렸습니다.
남자들이야 나무를 만지는 분들이니 열외로 하고요.
이것 또한 늘 그랬던 전통 아닌 전통이고요.
열쇠고리 조각하는 거 시범 보이다가
열성들이 대단해서 솟대로 이어갔습니다.
특히 처음 오신 분들께서 좋아 하셔서 참 다행이다 싶었네요.
재료 준비가 미흡했음이 맘에 걸려
다음엔 좀 더 준비를 해야지 맘먹었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인 행사는 마무리 했습니다
<오신님들>
춘피님... 가지고 오신 복분자주 먹고 혼났습니다. 해마다 잊지 않고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람님...언제나 변한 없는 그모습...멋진 연주와 진행으로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주신 시집은 두고두고 음미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벌님...소식 없으시기에 못 오시나 했는데 불쑥 오셔서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변함없는 그 마음 감사합니다.
한군님 + 보리님 그리고 세 아이들...젤 먼 곳에서 빠짐없이 참여 하시고 맛난 게장과 매실지 까지 준비하셔서
오신님들 입맛을 고급화 하셨으니 그 책임을 어이 하시려는지...주방에서 수고하신 보리님과 이번에도
특유의 어록을 남기신 한군님...감사합니다. 담에 또 보입시데이.
풀이님...통사공 음악담당요원으로 자리 잡으신 풀이님...행사마다 무거운 음향기기 싣고 오셔서 노래반주까지
담당 하시느라 많이 피곤하실 테지만 밤샘 노숙까지 참여하시니 그 체력과 흥이 부럽습니다.
늘 애써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정원주님 + 겨울여행님...처음 오셔서 많이 서먹하셨지요?
그럼에도 잡일과 여흥과 체험에 적극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엔 빈손으로 오셔도 좋으니 부담없이 또 오이소...고맙습니다.
바람되어님...언제나 주방에서 서성이는 님...머릿수건과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님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금년엔 못 오시려나 싶어 제가 안절부절 이었다는 것 알아 주이소...고맙습니다.
지인들께서 주신 인삼제품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어느 분이 주셨는지 헷갈려서 직접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감사인사는 저희들 대신 해 주이소.
한량이님...정모공지 올라온 날부터 손꼽으셨을 님...이번에도 맛난 떡을 준비해 주셔서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떡 속에 스민 님의 관심과 열정이 얼마나 달고 쫄깃했던지요.
내려 가실 때 혼자여서 많이 외로우셨을 듯...다음에 또 보입시데이.
도편수님...바쁜 농사철에도 짬내어 찾아 주시고 농익은 복숭아까지 들고 오셔서 달게 잘 먹었습니다.
농사도 일도 다 이루시고 늘 행복한 목수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나정님...오시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찾아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아름다우시길... 다음에 또 보입시데이.
한서방님 + 사랄라님...바람되어님 꾐에 빠져 오셨겠지만 이왕 오신 길 즐거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 있으셨겠지만 널리 이해하시고 이번의 인연을 끈 삼아서 다음에 또 뵈었으면 합니다.
주방과 놀이와 체험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호명산인님 + 금나라님...두 분 참 오랜만에 만났지요? 늘 변함없는 모습에 마치 어제 본 듯했습니다.
무거운 타악기 싣고 오셔서 목산공방의 지신을 골고루 밟아 주셔서 흥겨웠습니다.
두 분의 고운 모습 다음에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비우고님 + 채우고님...늘 같은 모습이라서 제가 보는 시선도 해마다 같네요.
말 한마디 없어도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시는 두 분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웁니다.
채우고님의 맛난 음식 솜씨도 배우고 싶고요. 늘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잘 부탁 드립니데이.
젊은오리님...우리의 감성을 책임지시고 노숙을 이끌어 가시는 오리님...하고픈 말을 노래로 대신하시는 님...고맙습니다.
알지요? 당신 없으면 노숙도 없음을...
망치엄마 + 망치...오랜만에 뵈었습니다. 명랑 활달하심은 변함 없으시더군요. 아드님도 잘 컸고요.
함께해 주셔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허브민트님...처음이시지요? 바람되어님을 통해서 참석하셨지 싶은데
모처럼 오셔서 서운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살뜰하지 못해서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엔 좀 더 나은 만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목양님 + 부인...바쁜 일상 중에도 참여하시고 귀한 나무볼펜과 간식을 위한 라면까지 준비해 주셔서
미안하고 고마웠네요. 하시는 일 번성하시기 바라며
낯선 곳에 선뜻 동행해 주신 부인께도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파락호님...큰 차에 혼자 덩그마니 오시는 걸 보니 쪼매 미안했네요. 일정과 행선지가 달라서 부득이 그리 됐는데
돌아가는 님의 차 꽁무니가 쓸쓸해 보여서 짠했습니다.
다음엔 먹을거리 준비 하지 않기로 했으니 동행하입시다. 고맙습니다.
동백님...얼마 만이었는지...불쑥 나타나서 제가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늘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누군가 함께 왔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고맙습니다. 그 얼굴 또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최고봉님 + 도은님...최고봉님은 작년에도 봤지만 도은님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무지 반가웠습니다.
하룻밤도 같이 새지 못하고 자정에 돌아가시는 뒷모습이 아직 선합니다.
다음엔 만사 제키고 별이라도 함께 세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요.
대소리님...에구~ 요즘 한창 바쁜 시기일 텐데 작년에 했던 약속 잊지 않으시고 찾아 주셔서 고마웠고
심금 울리는 대금 연주로 가슴 촉촉하게 적셨습니다.
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여운이 더 긴 연주...들고 오신 막걸리 참 맛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보입시데이.
솔캠프님...아름다운 예인들을 모시고 자리를 빛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와주신
채송화님
고박사님
이쁜여우님
노산님
이강돈님
예뚱님...
열성으로 불러 주신 흥겨운 노랫가락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한 점 용서하시고 계획된 행사에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바다바람과 아이들...야밤에 먼 길 와서 아이들 얼굴 보게 해줘서 고마워.
녀석들, 할배캉 시골 밤을 세웠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좀 아쉬웠지만
녀석들과 잠시 어울린 것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야밤에 돌아가느라 애썼을 김서방 고맙네.
로진님...자정 넘어 와서 좋은 차 우려주시고 노숙팀과 날밤 세워준 님의 정이 고맙습니다.
정모를 몇 번 진행하면서 님의 수고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좀 더 재미난 꺼리를 찾아 이리저리 분주한 모습에서 그 열정은 여전하구나 싶었네요.
계획하신 일 좋은 결과 있으시기 진심으로 바라며 무궁발전하시기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찾아주신 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내일 같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주방에서 허리 못 펴신 우렁각시 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내년엔 님들 고생시키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양손 가득 들고 오신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공방을 선뜻 내 주신 목산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리저리 동분서주하신 이쁜언니님께 감사드립니다.
참석치 못하셨지만 전화로 응원주신 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행사기간 동안 좋은 날씨 내려 주신 우주의 무한한 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모두모두 목산님 장승처럼 행복한 나날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내년을 기약하겠습니다...^^
-12.08.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