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
Sad Lisa - Chyi Yu
아침부터 언짢은 일이 터져서무거운 몸 일으켜 산책길에 나섰네요.햇살은 좋은데 내려앉은 기온과 맞받아치는 냉랭한 바람이 웅크린 어깨를 지나 귓불을 핥습니다.추위에 아랑곳없이 한 무리의 새떼가 강심에 분주한 것이 녀석들은 추위도 모르나봅니다.
숲에 드니 쌀쌀합니다.째째째~ 소리 요란해서 지니고 간 쌍안경으로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지만숲을 흔드는 까치소리에 재잘거림은 사라지고숨죽인 숲은 일시에 정적에 싸입니다.까치란 녀석이 사납긴 사나운가보네요.까치 사라지니 바람 같은 작은 움직임들이 숲을 깨우기에카메라 겨누고 두리번거리다가용케 찾아낸 새 한마리에 렌즈를 맞추면녀석은 어느새 포르르 날아가고찍으려면 사라지고 또 찾고 겨누고 사라지고...움직이지도 못하고 눈알만 굴리는데 발 시리고 손 저려서거의 포기 단계에서 겨우 한 컷 찍었네요.결과는 시원찮지만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려니 여깁니다.
어떤 녀석이 나무에 터널을 파다말았습니다.먹이 하나 얻으려고 작은 주둥이로 얼마나 쪼았을까.이 터널의 주인은 숲이 울리도록 나무를 쪼아대던 그때 그 녀석일까?파랑과 주황이 화려한 녀석이었는데혹시나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보지 못했습니다.새 이름은 지인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손발이 저려서 더 참지 못하고 내려오다가햇살 가득한 묏등에 벌렁 누워소나무 가지에 앉은 작은 새를 찍었는데확인해보니, 새는 날아가고 빈 나무만 찍혔데요.
누운 그대로 하늘을 보다가 아침의 일을 다시 떠올렸습니다.그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니고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씁쓰레함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올린 글이 사라졌으니 화가 났겠지...댓글 하나 없으니 서운했겠지...욕도 많이 했을 테고...그렇더라도 한 번 더 찾아보고 한 번 더 생각해봤더라면 좋았을 것을다시 볼일 없다싶은 마음에 확 뱉어 버리고 훌쩍 떠나면 우선은 시원하겠지만사람살이가 어디 그렇든교?.성깔 참지 못하고 맞받아쳤으니 그나 내나 다를 게 없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녀석을 만났으니 오늘 수확은 괜찮았습니다.썩은 부분과 사이사이에 눌어붙은 세월까지 털어내면 제법 근사한 녀석이 될 듯합니다.이 녀석 다듬을 즐거움으로 달랑달랑 가볍게 내려와 하루를 달랩니다.
많이 춥습니다. 따뜻한 밤들 되세요.
-13.01.0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