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t of Love
요즘 뭐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낙동강에 자주 간다니
한 겨울에 웬 낙동강이냐고 되묻네요.
퇴직하고 한 십여 년 잘 놀았지요.
나무 만지는 사람들 만나고
그들과 어울리며 재미난 시간을 보내다보니
십년 세월이 참 우습게 지났다 싶어지더이다.
어찌 보면
아직도 할 일 많을 나이에
허송세월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나무 똥가리 하나 놓고 히덕히덕 웃던 그 시간
이름 없고 볼품도 없는 작은 야생화에 코 박고 들여다 보는 그 순간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천리길 마다 않던 그 설레임
문득 떠올려 지는 순박한 얼굴들...
내게 언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든가?
생을 통털어
웃고 산 시간은 얼마나 될 것이며
즐거운 너털 웃음은 몇 번이나 될 것이며
생각만 해도 히죽히죽 입 벌어질 인연은 또 몇이나 될까요?
그런 즐거움들은 시간에 비하면 비록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그 찰나에 평화가 있었고
그 찰나에 행복이 있었고
그 속에서만은 순수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얽매이지 않고 소유하지 않을 마음으로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틈을 두어
가고 싶으면 가게 하고 끼이고 싶은 이 끼워 주며
그렇게 들인 정들이 쌓여
풍년의 낟가리처럼 절로 배불러지더이다.
그 재미로 십년을 잘 보냈는데
이즘은 예전 같잖아서
점점 심심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고
멍한 시간이 갈 수록 늘어가니
자꾸 말라가고 벌어지고 삭아져
웃어 넘길 일도 불끈거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일을 찾았습니다.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시킬 사람도 없거니와
대단한 일 처리할 열정도 머리도 없다보니
그냥 단순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낙동강 하구에서 철새탐방객 안내하는 일인데
바쁠 일도...힘든 일도...신경 쓸 일도 아니기에
철새 구경하고 사람 만나고 주변 경관 감상하기에 딱이다 싶습니다.
오늘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래서 호명산인님 번개에도 못 갔습니다.
늦게라도 가렸더니 낼 오전에도 손님이 있다하니
경력 미천한 신입이라 눈치보여 결국 못갔네요.
오랜 세월에 거쳐 형성된 강하구의 섬과 등을 둘러보고
먼 발치에서나마 이런저런 철새들 구경하며
재잘거리는 어린 학생들과 놀다가 왔습니다.
아직은 찬 바람이 귓볼을 때리긴 하지만
이불 속에 몸 뭍고 티비랑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백배 좋습니다.
퇴직 동기들은 그동안 계속 일하다가
이제부터 놀기로 했다는데
저는 거꾸로 그동안 놀다가 다 늦게 다시 일하네요.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는 동안 이 일에 마음 붙이려 합니다.
그렇다고 이 일에 묶이지도 않을 겁니다.
그것이 이 나이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싶어서입니다.
카페지기의 게으름이 또 미안하네요.
소홀함이 마음에 걸려 님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찬 겨울밤
오늘도 따뜻한 밤 되시길요...^^
-14.01.1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