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개불알풀 꽃
강 바람
2014. 3. 17. 11:20
개불알풀...
처음 이 녀석 이름을 알았을 때
나도 몰래 피식 웃고 말았다.
무슨 놈의 꽃 이름이 하필이면 개불알풀이래?
그랬는데
잔설이 희끗희끗한 겨울 끝자락
바람 피할 곳 마땅찮은 벌판에
특별한 색깔과 독특한 무늬로
무더기무더기 피어 봄을 알리는
자잘한 녀석의 몸짓이 달리 보였다.
그러다가
매화가 붉은 입술을 내밀고
개나리와 제비꽃이 피면
어느새 녀석의 존재를 잊고 살다가
겨울 오고 겨울 가면
잊었던 녀석의 안부를 묻는다.
내일이면 제비꽃을 찾을 테고
그마저 가고나면
하얀 목련에 눈이 멎겠지.
피고지고 또 피고지고
그 때마다 관심사는 바뀐다만
내 간사함이라 나무라지는 말아라.
돌고 돌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니
내년 이맘때면 또 다시 찾을 것이다.
따뜻한 햇살이라
봄이라고 우기긴 하지만
봄은 아직 저 아래에서 미적거리고
강가엔 바람의 심술이 나부낀다.
-14.03.15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