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그리운 것들 강 바람 2014. 7. 27. 22:27 줄줄이 팝 오늘 낙동강하구까지 나갔다가 조사차 채집한 재첩을 구경했습니다. 낙동강 생태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작년에 종패를 뿌려서 키운 거라는데 엄지손톱만큼 실하게 자란 조개를 보며 새벽 골목을 깨우던 아지매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데요.. 재칫국 사이소 재칫국~~ 처음 부산에 와서 자리 잡은 곳이 낙동강하구에서 그리 멀잖은 신평이라는 동네였는데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경상도 아지매의 외침이 좁은 골목의 새벽을 깨우곤 했었지요. 양념이라곤 송송 썰어 넣은 정구지(부추)뿐이고 소금간과는 다른 짭짤함이 조금은 짰었지만 익숙한 바다냄새가 좋아서 자주 먹었는데 그 재첩이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에서 건져낸 것이란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십 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낙동강 재첩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멀리 섬진강 하동재첩이 그 자리를 대신하더니 요즘은 그마저 비싸서 중국산이 들어오고 아지매의 양동이가 아닌 동네 마트에서도 팔고 있습니다. 이제, 새벽잠을 깨우던 아지매의 목소리도 그리움이네요. 바닷가가 고향인 내게는 바다를 보면 고향이 떠오릅니다. 특히 여름이면 더요. 매일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물속을 헤집고 다니던 유년시절의 여름은 평생을 두고 떠나지 않는 오래된 그리움 중 하납니다. 변변히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그 아이는 온다 간다 말없이 떠나버리고 얼굴은 예전에 이미 잊었는데도 잊은 줄 알았던 그 일이 가끔 생각나는 것은 아련한 열여덟 그 시절이 그리웠나봅니다. 입 꼬리 한번 씰룩거릴 그런 사소함이지만 이것도 오래된 그리움의 하납니다. 미장원 창문을 통해 본 긴 생머리 유행과는 동떨어진 수수한 차림과 수줍음 가득한 미소가 착하게 보여 어영부영 사십년 함께 살아온 울 집 할매. 펑퍼짐한 뒤태를 보며 수줍었던 그 설렘의 시절이 그리움입니다. 러닝셔츠에 등번호 마킹하고 물렁한 축구공 하나에 벌떼처럼 달라붙어 죽기 살기로 뒤엉키던 녀석들 제집 닭 훔쳐 복달임하던 녀석들 못된 짓은 도맡던 그일 들이 그리움입니다. 할배가 돼버린 그들이 그리움입니다. 사람들... 떠올리면 촉촉해지는 얼굴들... 비 오는 날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스멀스멀 피어나는, 멀게는 몇 십 년이고 가깝게는 어제의 일까지 열 손가락에 열 발가락까지 보태도 다 헤아릴 수 없이 많네요. 그래도 그리운 게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록 못난 몸이지만 나도 누군가의 그리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그리워하이소. 당신도 누군가의 그리움일 테니까요...^^ -2014.07.2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