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4. 12. 8. 17:30

 뉴에이지 연주곡 줄줄이 

오랜만에 찾은 경주 무무공방.

바람개비에 바람의 시선이 머물고

속빈 우체통에도 바람의 마음이 머문다. 

 

가을걷이 끝난 들엔

하얀 사료뭉치들이 줄지어 섰고

무무공방 지붕엔 우주소통 안테나가 섰는데

그곳에도 바람은 머물고 있다.

 

"주피터, 주피터 여기는 무무...."

오늘은 어느 별에 마음 줬는지.

오늘은 어느 별과 소통했을지...

주변에 깔린 현실은 잠시 외면하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높고 파란 하늘에 마음의 별만 무수하다.

 

또 욕심을 부렸다.

도시에선 댓가지 하나 자를 곳 없는 터라

축사 옆에 늘어진 대나무를

올 때마다 야금야금 잘라 쓰다 보니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다.

그 뿐이랴?

겨울 나려고 부지런히 모아 둔 장작더미에서

잘 마른 소나무 가지를 골라 떡쌀 썰듯 썰었다.

속보이는 짓이 민망하지만 부자가 된 듯 든든하다.

참 이기적인 바람일세....

 

무무 어머님의 맛난 추어탕으로 배불리고

일찍 자리에 들었다.

초저녁에 지펴둔 아궁이의 장작으로

방안은 이미 찜질방 수준인데

아랫목은 잠시 경험만하고

뒹굴뒹굴 굴러 윗목에서 뜨거운 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미처 떠나지 못한 가을 잔영 위에

밤 새 내려앉은 겨울 입김이 하얗다.

토함산 위엔 붉은 기운이 뻗치는데

남산 위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니

이거 딱 눈 올 날씨다 싶었는데 아

정말 눈송이가 폴폴 날린다.

 

눈 보기 힘든 부산 사람이 운 좋게 경주에서 첫눈을 봤다.

낼 모래면 일흔인 할배도 여전히 첫눈이 반갑고 좋으니

이거 원 철부지도 아니고....

 

가지런한 장작더미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을 보면서

  

공방 난롯가에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린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렇게 창밖을 내다보며 무심지정에 잠겼는데

 

"오프로드 드라이브나 하실랑교?"

그렇게 차 탄 채 산중턱을 돌아오니

가늘게 내리던 눈발마저 스러지고 늦은 해가 얼굴을 내민다.

"에구~ 좀 더 오지 재미 없구로...."

아쉬움에 투덜대며 일어났다.

 

갈 때마다 설레고

올 때마다 아쉬운 발길이었지만

무엇도 하고 무엇도 하고...

전에 없이 반짝이는 그의 눈빛으로

돌아오는 발길이 한층 가벼웠다.

겨울 잘 보내시고

계획된 일 잘 이루어지시길 응원합니다...^^

 

-14.12.0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