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니 14키로.
발바닥은 불이난다.
애초에 알았더라면 망설였을 그 길은
순전히 나의 착각에서 시작됐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징검다리를 건너고
금년에 유독 눈에 띄는
이름도 모르는 그저 그런 자잘한 꽃을 지나
가쁜 숨 몰아쉬며
가파른 산기슭을 기어 불쑥 올라선 그곳은
아직도 공사 중인 임도였다.
자주 볼 기회는 없지만
숨 고르면서 슬몃 돌아본 지난 길은 온통 자갈밭이다.
그래도 진흙탕 길 아님이 얼마나 다행이던가.
가야할 길을 올려다본다.
산 중턱을 허물어 낸 임도...
길은 곳곳에 있고
더러 없어도 될 그런 길 도 있지만
길이 있으니 그냥 따라가 본다.
온 길은 미련으로 멈추고
갈 길은 설렘으로 급하다.
저 건너 길은 자주 다니던 길인데
그때마다 건너다보이는 이 길이 궁금했었다.
얼핏 봐도 험할 것 같은 이 길을 벼르다가
큰 맘 묵고 나섰는데
길 전체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내가 짐작했던 그런 길이 아니었다.
"준비 없는 길 떠남"
안내 띠에 적힌 글이 준비 없는 나를 일깨운다.
거대한 저수지는 바다 같아서
계곡을 흐르는 때 묻지 않은 물들이
바다로 착각하지는 않을지....
그렇게 모두 저수지로 모이는데
상류로 오를수록 탁하다.
아마, 마을을 거쳐 온 탓이려니...
물가엔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한편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내 집 수도꼭지에서 흐를 물이다 싶으니
제발 좀 잘 지켜줬으면...그런 바람을 남기고
삼거리에 서서
내 갈 길을 폰에게 묻는다.
길이 잘못됐음을 알았지만
온 길이 아까워 돌아설 수 없었고
조금만 조금만하다보니 낯선 곳에 섰다.
돌아올 길 막막해 버스를 타려고
손 안의 만물박사 폰에게 물어보니
왼쪽 길로 2키로 쯤 가면 오륜대가 있고
오른 쪽 2키로 쯤에 철마 면이 있단다.
왼쪽은 집과 가까운 길이고
오른쪽은 집과 먼 길인데
잠시 망설이다가 오른쪽을 택했다.
왜?
왼쪽은 14키로 걷고도 10키로 간 느낌이라
억울하기도 하지만 버스노선이 더 멀기 때문이다.
출발한지 다섯 시간 만에 버스를 탔다.
돌아오는 길은 환승하고도 30분.
뻐근한 다리가 흐뭇하고 대견하다.
내 길도 그러하기를....^^
-2016.10.0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