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8. 2. 6. 10:31

 Desperado - Emi Fujita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피하시고
기름기 있는 음식도 피하세요."
"커피는요?"
"가급적 피하시는 게 좋겠지요."
"약 안 먹는 점심 때 한잔하는 것도...?"
"ㅎㅎㅎ 며칠 만 참아보세요."


이번 배앓이 치료가 늦는 것도 음식 탓이라고 경고했지만
그 당부를 귓등으로 흘렸다가 일주일을 허비하고  
2주째부터 시키는 대로 했더니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삼년 전 담배 끊을 땐
치과 치료가 늦어지는 원인을 담배로만 몰아가는데  
정말 담배가 원인이었는지 확신이 없어서
'니가 맞나 내가 맞나 일단 일주일 만 참아보자'고 했다가
확연한 차이를 스스로 체험한 뒤에 그길로 금연했었다.


먹고 싶으면 먹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던
고집도 오기도 아닌 이상한 그 뭣이 누그러지고 
의사와 약사의 말에는 무조건 따르게 되었으니 
무엇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이제 오기로 버틸 수 있는 나이가 아님을 알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는
그 결과에 대한 시비를 가릴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랬는데...그럼에도...

다시 또 커피포트에 물 끓이며 할매 눈치를 살피고 있으니  
할매에게 한소리 들을 게 뻔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배앓이가 호전됐다는 의미기도 하니

축하할 일이기도 하지 않으냐....고 억지 부린다.


추위에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티비에서 보여주는 설산의 풍경이 좋고

아직은 저 눈들 쉬 녹지 않았으면 싶으니

나는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철부지일까?...^^ 


-2018.02.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