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새봄
강 바람
2018. 3. 23. 10:30
날씨 탓이거나 개인사정에 의해서거나
이래저래 사흘을 빼먹은 산책을
아직은 흐린 뒤끝이 남은 하늘을 보며
강변산책길 에 나섰다.
한파니 폭설이니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들인 양
호들갑 떨었던 나와는 달리
밖은, 땅은
눈송이 이고 박차 오르는 생명들로
지축이라도 흔들 기세다.
어? 저 양반??
스쳐 지나는 어떤 얼굴이
어디서 본 듯해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저만치 휘적휘적 걸어가는 그의 꼭뒤를
멍하니 바라보고 섰다가
뒤늦은 민망함에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사진 찍기도 그런 것 같다.
이 풍경, 이 느낌이 처음은 아닌 것 같고
이런 생각 또한 언젠가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 년이거나
또는 평생이거나
많고 많은 날과 숱한 사연들 중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날과
온전히 겹치는 그런 날인들 없었으랴.
그럼에도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르다 말하고
예년과 비슷한 봄임에도
봄은 언제나 새봄이라고 말한다.
새봄
희망이길 바라며...^^
-2018.03.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