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그럴 수도 있지 뭐
강 바람
2018. 3. 17. 11:07
어제 봐 온 장바구니에는
미역도 있었고 생선도 있었는데
아침상에 찰밥과 미역국이 빠졌다.
‘아~ 이 할매...잊었나베....’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아내가 드디어 깜빡한 거다.
내색 않고 식사를 마친 뒤
혹시 내가 착각한 건 아닐까싶어 몰래 확인하고
이걸 말해야 하나 망설이기도 했다.
그냥 잊히고 말거라면 몰라도
오래지 않아 금방 알게 될 거고
그러면 더 미안해할 것 같아서
“낼 모래 제삿날이네?”라며 에둘러 말했더니
“아니, 글피네요.” 한다.
역시...착각했구먼...
“오늘이 그믐이고 낼 모래가 초이틀인데?”
“예??........오늘이 그믐이라고요?”
달력을 뚫어져라 확인하고
급히 돌아보는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표정이 내심 싫지 않았으니
말로는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된 말일뿐이고
속내는 역시 서운했었나보다.
그럼에도 버릇처럼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변명일 경우가 더 많지는 않았을까?
이번 생일은 아침이 아니라 점심에 얻어먹었다...^^
-2018.03.16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