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8. 5. 2. 11:42

저녁놀(박경규 작곡) - Roman De Mareu Orchestra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았다가
며칠 전 다녀온 여수를 떠올린다.
몇 번을 갔어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오동도
밤바다
향일암
금오도...
그곳을 대표하는 것들을
한군데라도 둘러보리라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피곤을 이유로 그냥 왔다.


오가며 얼핏 봤거나
멀리 봤거나
한 귀퉁이만 봤음에도
누군가 여수 이야기를 하면
나도 여러 번 갔었노라고 끼어든다.
부산에서 여수까지
무슨 섬을 지나고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손짓발짓 섞어서 설명하지만
그 섬들 속내는 하나도 모르면서
나는 그것들을 죄다 아는 것처럼 말한다.
그냥 지나갔을 뿐인데...


산자락을 훑고 흐르는 안개는

물에 풀어놓은 옥양목인 듯하고
간간히 드러나는 장산은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하다.


저 안개 뒤에 장산이 있음을 아니까

보이지 않아도 그 산을 느낄 수 있지만
보이지만 알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을 

내가 아노라 말할 수 있을까? 

스쳐지나간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산자락을 흐르던 안개도 서서히 걷히고

베란다 난간에 매달렸던
조롱조롱한 빗방울도 하나 둘 떨어진다.

뜬금없는 한 생각에 잡혀 

그렇게 雨요일도 멋없이 흘러간다...^^


-2018.05.02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