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9. 5. 9. 13:32

 Deep in my Soul



깨진 유리조각 같은
날카롭던 감정은 무디어 가고
짠맛 매운맛들이
서로의 맛을 보하고 감하며
삭고 또 삭아서
두루 뭉실 중화되어가는 이즈음


설익었는지 넘쳤는지
감성은 홍시처럼 말랑해져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데
누구는 노화증상이라고 초를 친다.
얄밉게,
말 안 해도 다 아는데 얄밉게...

꽃이 곱다는 이유거나
햇볕이 좋다는 이유이기도 하고
가끔 생각나는 첫사랑이든가
그녀에게 보냈던 유치한 연서라든가
벌거숭이 친구의 부고라든가
그런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사연에 젖기도 하고
더러는 부러 찾아 젖는 상념에
숨어있던 사연들이 드러나기도 해
그 핑계로 홀로 헤매며 나를 본다.
나날이
중성화돼가는 낯선 이 느낌을...

매발톱 한포기 얻어놓고 혼자 웃는다.


-2019.05.0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