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19. 6. 6. 20:00

Journey Of Dreams

욕지도(欲知島).

이름은 들어 보셨겠지요?

한려수도 중간 쯤에 떠 있는 섬인데

재작년에 뱃길로 스쳐 지나오면서 

간단하게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엔 아예 관광목적으로 찾았습니다.

자동차까지 배에 태워서 모시고? 갔는데

짧은 시간에 골고루 구경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물론 잠자리도 해결하고요.

출렁다리로 가는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건너갔습니다.

이분은 함께 간 일행이고요.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분 여행에 제가 끼어든 겁니다.

 

사진으로 봐도 아찔하네요. 


엉금엉금 출렁다리를 건너니
아찔한 바위위에
인동초가 갯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절벽 끝에 선 모습이 새롭데요.
아마 외로웠을 겁니다.
두렵기도 했겠지요.

인동(忍冬)이라는 그의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 외로움과
그 두려움의 깊이를 어찌 다 알겠습니까.


살아있는 것 중에
고난 없는 삶이 어디 있고
인내하지 않는 삶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찔레 역시 그에 못잖게 견뎌냈을 터이니

모진 겨울바람을 이겨 낸 것이
어디, 인동초뿐일까요?

치오르는 갯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낸 인내가
은근한 향이 되어 코끝을 스치데요.

 

다리 건너기 전에도 만났고
내일 또 다른 곳에서도 만나겠지만
마치
첨인 듯 마지막인 듯
이렇듯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은
여기 이 장소가 주는 특별함이 아니겠습니까.
사람 사이의 인연 또한 그러하고
오늘 나와 함께한 인연도 그러했고
그런 느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이 공간과
이 속의 인연도 그렇겠지요.

 

늘 고구마가 연상되던

내 기억 속의 욕지도는

스무 해 만에

인동초가 떠오르는 곳으로 바뀌었으니
오늘
외딴 섬에서 이들을 만나고 가는 소소함에도

결코 소소할 수 없는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일찍 깨어
한 시간여 섬 한 귀퉁이를 돌아본 뒤에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뭍으로 향하는 객선에 올랐습니다.

간밤의 노숙 자리가 아른아른 다가드니
욕지도에 대한 새로운 기억 하나가
살아가는 동안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되새김 되겠지요.

여행에 초대해 주신 풀이님, 고맙습니다. 




-2019.06.08. 강바람-

*여행일자 : 2019.05.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