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서툰 이별
강 바람
2020. 1. 31. 10:11
저녁놀(박경규 작곡) - Roman De Mareu Orchestra
예정된 일이었다면
그토록 미련하게 했겠습니까.
이별경험이 있었다면
그토록 서툴게 했겠습니까.
지울 작정이었다면
좋았던 날
좋았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뒀겠습니까?
이별을 앞두고
좋았던 시간을 되새긴다는 건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알지만
그렇게 또 생각나니 어쩌겠습니까.
이별마음 먹기 전에
좋은 그 기억이 먼저 떠올랐더라면 좋았을 것을요.
사람 혹은 사랑
알만큼 안다고 했지만
실상
아는 건 하나도 없군요.
내게 그런 날이 오리라는 건
생각조차 못했다는 그게
내 실수의 전부였습니다.
사랑도 이별도
나이로 아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아는 그런 것인가 봅니다.
이제
기억마다에 새겨진 작은 의미들은
추억상자 속에 꾸역꾸역 밀어 넣고
다시 꺼내 볼 기약 없는 그날까지
후미진 창고 구석에 밀쳐둡니다.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