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
작년 가을
아는 이의 농원에서 나무정리를 구경하고 있는데
"행님, 이느마 짤라버려야 겠는데 어떤교?"
"와? "
"키가 너무 커서 옥매를 가리고
연못도 가리고 접붙인 나무고..."
이유가 많은 걸 보니 결심은 이미 선듯하다.
"접 붙인 자리가 어디고?"
"여 네요, 표시가 난다 아입니꺼."
"그라몬 여기 짜르자, 뒤의 玉梅도 잘 보이고
연못도 잘 보이고 접붙인 자리도 없고...ㅎ"
하면서 그의 손에 들렸던 톱을 뺐었다.
"여기까지 자르고 그래도 보기 싫으면 그때 싹뚝 짤라버리지 머"
말 끝나기도 전에 나는 톱질을 시작했다.
옥매도 잘 보이고
연못도 잘 보이고
이 녀석도 사는 길...잘랐다.
낮게 더 낮게 엎드려 사는 법도 알아야 한다며...
이 친구, 돌아보며 씩 웃는다.
주인도 내 의도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어쩌겠는가.
내게 물어 본 게 잘못이지...
내가 뭘 알았겠는가.
제대로 살지 어떨지
남의 생에 간섭 아닌 간섭으로
녀석의 생사가 마음의 빚처럼 남아
무심한 듯 힐끔거리며 겨울을 보냈는데
이렇게 꽃을 피웠다.
발 달린 짐승도 아니니
풍경을 가리는 게 그의 잘못도 아닐 텐데
이 녀석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서푼짜리 감정에 꽂혀
주제넘게 나섰다가 겨우내 마음 쓰였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 어떤 풍경보다 곱고 고맙다.
이제 저 꽃 지고 새잎 돋아나면
그때 비로소
스스로에 지운 서푼짜리 빚도 말끔히 청산되리라.
담벼락에 제비꽃이 반갑다.
코로나19에 갇혀 봄이 봄 같지 않지만
봄 같잖아도 봄은 봄이다....^^
-2020.03.14 강바람-
사랑이란 그런 거야
글 / 안 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주빛이지
자주빛을 톡 한 번 건드려 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 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 두고 가거든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