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20. 3. 13. 21:43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 박강수




작년 가을

아는 이의 농원에서 나무정리를 구경하고 있는데

"행님, 이느마 짤라버려야 겠는데 어떤교?"

"와? "

"키가 너무 커서 옥매를 가리고

연못도 가리고 접붙인 나무고..."

이유가 많은 걸 보니 결심은 이미 선듯하다.

"접 붙인 자리가 어디고?"

"여 네요, 표시가 난다 아입니꺼."

"그라몬 여기 짜르자, 뒤의 玉梅도 잘 보이고

연못도 잘 보이고 접붙인 자리도 없고...ㅎ"

하면서 그의 손에 들렸던 톱을 뺐었다.

 


"여기까지 자르고 그래도 보기 싫으면 그때 싹뚝 짤라버리지 머"

말 끝나기도 전에 나는 톱질을 시작했다.

옥매도 잘 보이고

연못도 잘 보이고

이 녀석도 사는 길...잘랐다.

낮게 더 낮게 엎드려 사는 법도 알아야 한다며...

이 친구, 돌아보며 씩 웃는다.

주인도 내 의도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어쩌겠는가.

내게 물어 본 게 잘못이지...



내가 뭘 알았겠는가.

제대로 살지 어떨지

남의 생에 간섭 아닌 간섭으로

녀석의 생사가 마음의 빚처럼 남아

무심한 듯 힐끔거리며 겨울을 보냈는데

이렇게 꽃을 피웠다.  



발 달린 짐승도 아니니

풍경을 가리는 게 그의 잘못도 아닐 텐데

이 녀석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서푼짜리 감정에 꽂혀

주제넘게 나섰다가 겨우내 마음 쓰였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 어떤 풍경보다 곱고 고맙다.

이제 저 꽃 지고 새잎 돋아나면

그때 비로소

스스로에 지운 서푼짜리 빚도 말끔히 청산되리라.


담벼락에 제비꽃이 반갑다.

코로나19에 갇혀 봄이 봄 같지 않지만     

봄 같잖아도 봄은 봄이다....^^


-2020.03.14 강바람-




사랑이란 그런 거야   

                             글 / 안 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주빛이지

 

자주빛을 톡 한 번 건드려 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 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 두고 가거든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