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눈부신 오월을 위하여

강 바람 2020. 4. 23. 19:45

Living Next Door to Alice / Smokie

4월은 뭘 했는가?
아니, 3월은 또 뭘 했던가?
어제도 들판을 헤매다 왔건만
마치 딴 나라라도 다녀 온 듯이
그때 그 자리에 그 꽃이 당연하게 피었음에도
왜 그리 생소하게 느껴지던지요.



“코”자만 봐도 코로나로 보일 지경이니
코로나에 잡혔는지 매였는지
이러다 움치고 뛸 의욕마저 잃을까 걱정입니다.


  

가뜩이나 불통의 시대에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사회적 격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간접적 소통이라도 열심히 해 둬야할 텐데 
종일 폰을 끼고 살지만
걸걸한 목소리로 오가는 직접 통화는 자꾸 소원해지니 

안 하면 잊어버리고 새삼 하려면 어색해지는 이 상황은

아마도 살갑지 못한 저의 성정 탓이기도 하겠지만

카톡이니 카스토리니 무슨 북이나 밴드로

종일 알림소리에 묻혀 살다보니 이게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익숙해진 탓은 아닐까요?


  

사람 많은 장소에 가지 말라면 가지 않는 거고
손잡고 다닐 사람 없으니 거리 두라면 두는 거고
얼굴이 무기니 마스크를 쓰라면 또박또박 쓰는
지금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공동체의 필요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그로해서 받을 의무와 책임과 소속감에 따른 피로감과
관계에서 오는 지켜야할 것들과

스스로 내려야할 결정에 대한 압박과 책임같은 것들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서로 소통하고 의논하며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각자의 인식과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방콕이 일상이 되다보니 

이런 사정 저런 사정들이 맘에 걸리는 이즈음입니다

 


잡풀 무성한 들판만 맴돌다가 간만에 찾아간 지인의 뜰에서
피어야할 꽃들이 다투어 핀 모습에 잠시

한 계절을 잃었다가 되찾은 듯했습니다.
이제 곧 눈부신 오월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아름다운 계절이기를...^^


-2020.04.2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