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사랑합니다.

강 바람 2006. 8. 21. 11:35


"어데 강씬교?"
"예!?" 하다가 집히는 게 있어서 
씩 웃고 있었더니 재차 묻습니다.
"무슨 강씨냐고요?"
"저 강씨 아니고 李갑니다."
"그란데 와 강과장이라꼬 하시는교?"
"과장요?"
이건 또 뭔 소리? 하다가 또 웃었습니다.
사람들이 "강바람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아마도 "강과장님"으로 들었던가봅니다.  
"그기 아이고..."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했더니
이번엔 또 의아해하는 눈치가 역력하데요.
적잖은 나이에 카페니 별명이니 하니까
그 또한 이상하게 보였던가봅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 
시간도우미로 오신 사십대의 아주머니가
종씨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건넨 말이었는데
제가 강씨가 아니니 우얍니꺼?

그러고 보니
강바람이라는 이름을 2년이나 써왔네요.
2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숱한 사람들과 적잖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으로 
참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디 가서 이런 인연을 얻겠습니까?
어디 가서 이런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겠습니까?
더러는 아프기도 했지만 
그 아픔은 제가 누린 즐거움에 비할 수 없고 
더러 서운한 맘도 있었지만
그 서운함 역시 제가 얻은 행복감에 견줄 수 없습니다.
살뜰한 정에 거친 마음을 다듬고
안타까운 일들에 가슴 적시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주절거리기도 했고
그 주절거림은 또 
되돌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갖게 하였으니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많은 것을 얻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다만,
산같이 얻고도 돌려드릴게 없음이 죄송할 뿐입니다.
어쩌다 우편물에나 씌어지는 본명에 비하면
매일매일 쓰고 불리는 강바람이라는 이름은
축의금 봉투에 무심코 쓸 만큼 제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 아무개라는 본명이 오히려 어색하다고 하면 웃으시겠지요?
하긴 제가 생각해도 웃깁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진짜 웃깁니다.
그렇지만 저는
님들이 불러주신다면 언제까지나 쓰고 싶은 이름입니다.
지난여름에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통사공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쓴다고요.
마땅히 설명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서 
그냥 미소로 답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많이 썼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간지럽게 여기던 제가 
지난 몇 십 년 동안 쓴 것보다 
몇 십 배 더 많이 썼지 싶습니다.
듣기도 참 많이 들었지요.
정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쓰고 싶은 말입니다.
그리고 많이 듣고 싶은 말입니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살 더 묵었다꼬 잡이 없어졌는지
신새벽에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에 젖었더랬습니다.
다들 건강했으면...
다들 부자됐으면...
그래서 다들 행복했으면...
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06 새해 첫날에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