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야한 풍경 강 바람 2006. 8. 21. 14:23 그렇게 야한 건 아닙니다. 아직 바람이 차서 그런지 냉이의 치마가 좀 짧았다는 것이 야하다면 좀 야할 뿐. 그리고 봄나물 캐는 아낙의 그저 그렇게 나른한 野한 봄 풍경일 뿐입니다. 밤이라고 뭐 특별하겠습니까? 낮보다 쪼매 야하다 카몬 귤이 껍질을 살짝 벗었다는 것, 그런 정돕니다. 그리고 잔 받침으로 쓴 나무가 두꺼운 껍질을 한 꺼풀 벗은 정도. 찻잔들의 피부가 하도 고와서 은근슬쩍 쓰다듬은 정도... 하얀 꽃이 배시시 웃으며 유혹하기에 눈길 좀 나눈, 그런 정도... 그릇에 띄운 꽃잎이 예뻐 풍덩 빠져보고 싶은 충동, 그 정도... 매끄러운 잔, 매혹의 그 입술에 내 윤기 없는 입술 한번 대보는 정도... 어두운 방 창으로 들어온 한줌 빛으로 으슴푸레 나신을 드러낸 그들과 은밀히 눈 맞춤하는 정도... 뭐 그 정도였습니다. 아참, 빼 묵을 뻔 했심더. 주물럭주물럭 흙 좀 만진 게 야한 건 아니지요? 손끝으로 그 말랑한 감촉 좀 느낀 게 야한 건 아니지요? 찻잔 만들려다 세 번이나 실패하고 한잔 술에 입술을 적셨습니다. 많이 안 묵었습니다. 딱 한잔만 했습니다. 숯불 돼지고기 먹은 것도 그렇습니다. 석쇠 위에서 하도 비비꼬기에 그 유혹 이기지 못하고 딱! 한 점 묵었심더. 마당에서 꺼내온 김치....그건 두쪽 먹었습니다. 그냥 그 정도였습니다. 문고리가 덜컹거리기에 내다보니 거기 봄바람이 서 있었습니다. 그 봄바람과 볼 한번 비빈 정도... 그 정도였습니다. 참 夜한 밤이었지요?...^_^ 06.03.06 강바람-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